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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30대 원외 야당대표 등장의 의미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학

'0선'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

영남권·중장년층 지지까지 이끌어

정권교체 향한 변화발판 마련했지만

중진들과 관계 개선 등 과제도 산적

손병권 중앙대 교수




지난 11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후보가 나경원·주호영 등 당내 중진급 후보들을 물리치고 ‘0선의 30대 대표’로 당선됐다. 36세 후보, 그것도 선출 공직의 경력이 전혀 없는 후보가 제1야당의 당 대표로 당선된 것이다. 사실 이 후보의 출마로 국민의힘 대표 경선이 전례 없는 관심의 대상이 됐는데 이제 그의 당선으로 ‘이준석표 국민의힘’의 향후 운영이 지속적으로 유권자의 주목을 받을 것 같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긴장하는 것 역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이러한 대중적 관심을 선점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제1야당이 이준석의 시계로 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여당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내부 평가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양상이니 말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져 있듯이 이 후보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당원 투표 70%를 합산한 결과 43.8%의 지지율을 확보해 2위 후보인 나 후보를 대략 7% 차이로 앞서면서 당선됐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영남권이 주류를 이루고 연령 분포도 중장년 이상이 다수인 당원 투표에서도 37.4%의 지지율을 얻어 당원 투표 1위를 한 나 후보에게 3.5%포인트밖에 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강한 보수 성향을 보였던 당심에도 내년 대선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 감지되는 부분이다. 또한 이 후보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58.8%를 얻어 2위인 나 후보를 30.5%포인트 월등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국민의힘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 중원의 유권자층 공략에 그가 가장 적합하다고 본 결과로 추정된다.

‘0선 30대 당 대표 이준석’, 그는 어떻게 당선될 수 있었고 향후 그의 과제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이 후보는 함께 경쟁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중 가장 ‘좌초 자산’이 적은 후보로 평가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2030세대 등 당의 잠재적 지지자들의 강력한 변화 요구를 수용하려 할 때 수용과 혁신 과정에서 잃어버릴 자산이 가장 적은 후보가 이 후보였다. 중장년의 다선 정치인들은 정치 여정 속에서 수많은 인적 네크워크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생존해왔으며 따라서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에 속한 지지 세력의 부단한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오늘날 국민의힘이 처한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당이 쾌도난마(快刀亂麻)의 추진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대표의 경우는 달랐다. 일단 젊은 나이에 더해 의정 경험이 없는 그에게는 좌고우면하면서 돌봐야 할 지지층이나 거부권 행사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래서 그의 언사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돌직구성 발언이 많았고 본인의 말이 진짜 본인이 믿고 있는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일례로 그는 이달 3일 대구에서 개최된 당 대표 후보 합동 연설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정당했다고 말하는 등 위험을 적극적으로 감수하는 노선을 취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공법을 통해 그는 자기 생각을 직선적으로 전달해 국민의힘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잠재적 지지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대표의 실제 능력이 아니라 그가 투사하는 변화의 이미지였다. 국민의힘의 관성적 이미지에 대한 혁신과 변화 없이 내년 대선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당 안팎 지지자들의 위기의식이 결국 변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그를 당 대표로 밀어올린 추동력이었다.

이 대표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선 당내 중진과 새로운 협력 관계의 모색,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입당 가능성 타진, 입당 추진 등은 간단한 작업은 아닐 것이다. 과도한 할당제에 대해 안티테제(반대편)로 그의 ‘공정한 경쟁론’이 나온 것은 이해되지만 우선 경쟁선상에도 나란히 서지 못하는 주변의 약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제 보수의 젊은 논객 이준석이 아니라 내년 대선을 관리해야 하는 제1야당의 당 대표 이준석이기 때문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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