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이 본격적인 중국 포위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G7 회원국 정상들은 12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회의에서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했다. 이는 ‘더 나은 세계 재건’ 계획으로 중국 중심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과도한 빚더미를 안기는 중국과 달리 양질의 금융을 지원하기로 하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선진국들이 중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글로벌 공조 체제를 처음으로 가동한 셈이다.
선진국의 중국 견제 전선 구축으로 미중 간 경제 영토 확장 경쟁은 더욱 격화할 것이다. 특히 중국의 팽창을 막고 자유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반덤핑 연대는 우리 기업의 이해관계와도 직결된 사안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반(反)외국제재법’ 카드로 대응하고 있다. 명확한 기준도 없이 대중 제재에 협조하면 자산을 몰수하는 등 보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G7 정상회의 직전에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옳고 그름을 파악해 편향된 장단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동맹국인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것은 내정간섭이나 다름없다. 한국으로서는 더 이상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로 버틸 수 없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G7 정상회의에 대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현안을 주도하는 회의에 책임 있는 선도 선진국 중 하나로 참여한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선진국 반열에 오르자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G7은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라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이를 실천하는 그룹이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G7과 보조를 맞춰 새로운 경제 질서 재구축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기업들의 신시장 진출과 투자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 이제는 국익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말고 민주주의와 인권·시장 경제를 공유하는 가치 동맹 참여를 확실히 해야 할 때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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