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1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인민군대가 당의 군 건설 노선과 방침을 완강히 관철해나가며 고도의 격동 태세를 철저히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발(發)’ 한반도 위기 고조를 시사한 도발적 메시지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는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내세워 전투력을 높이기 위한 과업이 제시됐다고 관영 중앙통신은 전했다.
북한은 올해 초 제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며 핵무장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도 각종 신형 무기를 선보였다. 호시탐탐 ‘핵보유국’의 위상과 ‘핵무장력’을 뽐내려는 북한이 미국에 대해 방어 차원을 넘어선 도발을 언제 어떻게 감행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미 동맹의 공조 아래 북한의 국지적 도발과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 모든 상황에 철저한 대비책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최근 북한은 한미일 3개국의 다국적 연합 공군 훈련 ‘레드플래그’에 대해 “인도태평양 전략의 돌격대 노릇에 환장해 물불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3년 만의 방어적 연합 훈련마저 트집 잡는 북의 적반하장은 저자세로 일관해온 우리 정부 탓이 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군의 총체적 기강 해이가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군은 회유·은폐와 부실 수사로 일관했다. 연이은 부실 급식 문제는 3류 군대의 후진성을 드러낸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오죽하면 북한 대외 선전 매체로부터 “남조선군의 고질적 병폐”라고 조롱받는 처지에 몰렸겠는가. 정부는 ‘평화’ 타령에서 벗어나 해이해진 군 기강을 다잡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속히 정상화해야 한다. 군기 문란을 바로잡고 대규모 실기동 훈련을 재개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강군으로 거듭날 수 있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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