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의 첫 공식 일정은 ‘보훈’과 ‘호남’이라는 키워드로 집약된다. 첫 방문지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이 대표는 천안함 희생 장병의 유족과 만난 자리에서 “보수 정부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보수정당 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취임 첫날 호남을 방문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안보와 보훈을 최우선 과제로 띄워 당의 안정적인 운영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동시에 중도층과 호남 표심까지 적극 끌어안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에 대해서는 “8월 안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대표는 14일 첫 일정으로 대전현충원을 방문했다. 그동안 정당 지도부들이 취임 첫날 순국선열과 전직 대통령들이 안장된 국립서울현충원을 우선 참배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점이 드러난다. 이 대표는 “대전에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서해를 수호하다 희생하신 분들이 계시고, 포항 마린원 헬기 사고로 순직하신 장병들도 있다”며 “지금까지 보수정당에서 보훈 문제나 사건·사고 처리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점을 개선하는 의지를 담아 대전현충원을 방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천안함 희생 장병 유족들을 만나 고개를 숙였다. 유족들이 “아들이 고등학생인데 상처를 많이 받았다” “아이들 아버지의 명예를 지켜달라”며 울먹이자 이 대표는 눈물을 흘리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는 “보수 정부가 집권하고 있을 때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10년이 넘었는데도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것을 당을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전현충원 일정을 마친 뒤 전라남도 광주 동구청을 방문했다. 보수정당의 신임 대표가 취임 첫날 광주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학동4구역 철거 현장 붕괴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광주 시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호남의 미래 세대와 지역 발전, 일자리 문제를 논의할 시점이 가까운 미래에 있을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이 거듭 미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전 전 대통령이 재판에 대해 불성실한 협조를 하는 것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젊고 새로운 정당’으로의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오늘부터 우리가 행하는 파격은 새로움을 넘어 새로운 여의도의 표준이 돼야 한다”며 “다양한 생각이 공존할 수 있는 그릇이 돼야 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우리의 언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날 ‘따릉이’로 출근한 것이 화제가 됐음을 거론하며 “젊은 세대에게는 이미 친숙하지만 주류 정치인들에게 외면받았던 논제들을 적극 선점하고 다루겠다”고 강조했다.
야권 대통합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의원총회 인사말에서 “우리 당 밖에 있는 훌륭한 주자들, 당 안에 있는 아직 결심 못한 대선 주자들과 문재인 정부에 맞설 빅텐트를 치는 데 소명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40%를 돌파한 결과도 있었다. 우리 당 중심의 야권 대통합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윤 전 총장과 관련해서는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며 압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 전 총장과 관련해 “최근에 약간 덜 주목받는 모습을 보인다”며 “일자리나 경제문제 등이 부각하는 상황이 올 수 있고, 가장 각광받는 대선 주자가 조금씩 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국민의힘의 ‘대선 버스’ 출발 시기는 오는 8월이라며 빠른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8월 중순 말이면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에 많은 분한테 충분한 시간이 아닐까”라고 언급했다.
이날 최고위는 당 수석대변인에 초선 황보승희 의원, 당 대표 비서실장에 초선 서범수 의원, 당 대표 특별보좌역에 김철근 국민의힘 서울 강서병 당협위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이준석 국민의힘 지도부 출범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국민의 관심 속에 치러지는 것을 보며 ‘큰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입당 문제에 대해서는 “(윤 전 총장은) 국민이 불러서 나온 것이다. 모든 선택은 열려 있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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