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닷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외할아버지는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일하던 우주공학 전문가였다. 베이조스는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로부터 무한한 우주에 대한 얘기를 들으며 우주 비행사가 되는 꿈을 키웠다. 그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새 천 년이 시작하는 2000년 민간 우주 관광 시대를 열겠다며 우주 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을 세웠다. 블루오리진의 목표는 로켓 발사체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우주 관광이 가능해지려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하고 그러려면 발사체를 여러 번 다시 쓸 수 있어야 한다.
첫 실험용 발사체인 카론과 고다드·PM2를 거쳐 새로 개발된 ‘뉴 셰퍼드’는 15차례의 발사 실험을 통해 민간인의 우주 여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뉴 셰퍼드라는 이름은 미국 최초의 우주 비행사 앨런 셰퍼드에서 따왔다. 앨런 셰퍼드는 1971년 아폴로 14호를 타고 달에 착륙해 6번 아이언으로 골프공을 쳐 세계 최초로 지구 밖에서 골프 샷을 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블루오리진의 경쟁자는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 역시 재사용 가능한 발사체 ‘팰콘9’를 개발했다. 뉴 셰퍼드와 팰콘9를 비교하면 후자의 기술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뉴 셰퍼드는 발사 후 수직 상승한 뒤 다시 내려와 착륙한다. 팰콘9는 수직 상승에 더해 수평 비행으로 궤도에 진입한 뒤 착륙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다.
다음 달 20일 베이조스와 함께 뉴 셰퍼드를 타고 10분간 우주 여행을 할 수 있는 좌석 티켓이 2,800만 달러(약 312억 원)에 팔렸다고 한다. 모두 4명의 승객은 뉴 셰퍼드를 타고 우주 경계선인 고도 100㎞까지 올라간 뒤 3분간 무중력 상태로 우주에 떠서 캡슐 유리창 너머에 있는 지구를 바라보고 내려온다. 우주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우리도 베이조스나 머스크처럼 우주로 가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 때마침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도 해제돼 다양한 우주 발사체 개발이 가능해졌다. 우리가 우주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무궁무진한 시장 창출과 안보 역량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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