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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열성 주주문화' 이대로 괜찮나

이승배 증권부 기자





국내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사무실에 호신용 방검복을 구비해뒀다고 말했다. 다른 쓰임이 있어서가 아니다. 개인투자자에게 귀에 거슬리는 발언을 한 일종의 ‘죗값’이었다. 언젠가 그를 향해 내뱉어진 험악한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 과장된 행동이 아니었다.

한국 증시의 중추가 된 동학 개미를 격려하는 발언은 많지만, 그들이 드리운 그늘은 잘 거론되지 않는 것 같다.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하는 행로에서 초래한 변화가 모두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시장을 관찰하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강력한 일체감을 바탕으로 일부 주주들의 ‘주가 수호대’ 행위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라면 “회사의 진가를 몰라준다”며 이견에 반론할 수 있다. 문제는 주가에 악재가 될 만한 쓴소리라면 무차별적으로 좌표를 공유해 발언자를 공격하면서 재갈을 물리는 경향을 띤다는 점이다. 전문가들도 부정적 견해를 밝혀 조롱과 테러 위협이라는 수모를 당하느니 차라리 침묵을 택한다.



공시를 살피면 이토록 부실한 기업이 어찌 연명할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국거래소는 “원칙에 따라 상장폐지를 결정할 뿐 주주의 눈치는 보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외부 시선은 다르다. 퇴출 시 회사 측으로부터 90% 이상 소송이 제기되고 있으며 수만 명의 주주가 거세게 항의하면 정치적 압력까지 가중돼 쉽게 단두대에 올릴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급격히 불어난 규모에 개인투자자는 하나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도한 주주 행동이 하나의 관례로 굳어지며 구조 조정이 돼야 마땅한 기업이 잔존해 훗날 코스닥의 저평가를 부르지 않을까 염려되는 부분이다.

거짓 정보를 퍼뜨려 주가를 찍어내려는 공매도 세력에 주주들이 포위돼 있을 만큼 시장의 이해관계는 간단치 않다. 낙관론이 팽배한 환경보다 전문가의 비판이 숨 쉬는 곳에서 주주 가치 침해는 없었는지 감시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 또 ‘투자의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는 원칙을 모르지 않기에 투자자 본인을 무조건적인 피해자로 규정해서도 곤란하다. 거래소는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에 대해 사전 경고음을 내고 있지 않은가. 과잉 애정과 빗나간 관점을 제자리로 돌려야 할 때다. 삼천피·천스닥에 걸맞은 성숙한 시장 문화의 정립은 동학 개미에게 달렸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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