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0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등장은 극단적인 대립을 이어가며 갈등의 해소와 통합에 실패해온 국회가 존중과 협치의 체질 변화를 시도하라는 민심의 죽비라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그동안 거대 야당의 발목 잡기나 거대 여당의 일방 폭주가 번갈아 진행되면서 국민들의 혐오감을 키워온 국회에 타협과 토론의 정치가 자리잡는 체질 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특히 이 대표를 지지한 2030세대를 비롯한 새로운 가치로 무장한 유권자들의 지지와 열망의 에너지가 뭉쳐 한국 정치의 세대교체를 넘어 시대 교체 실험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가 공식 당무를 시작한 첫날부터 여야가 대립에서 존중으로 관계 변화가 나타날 조짐이 일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에게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데 대해 이 대표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른 시일 내에 합의해 정례화할 수 있도록 말씀드리겠다”고 화답하면서다. 여야 협의 기구 구성에 최고 수장이 즉각적으로 화답한 것은 그간 국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는 평가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여당은 180석을 차지한 뒤 ‘입법 폭주’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당은 법사위원장직을 고수해온 가운데 야당이 원구성 협상을 거부하자 거대 여당은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독식하는 선택을 했다. 이후 ‘임대차 3법’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 쟁점 법안을 야당과 합의 없이 일방 통과시키며 야당의 반발을 샀다. 김부겸 국무총리 인준 동의도 강행하면서 처음으로 야당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통과시켰다. 타협과 협치가 실종된 ‘3류 정치’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박근혜 정권부터 토론과 논의 문화가 사라졌고 문재인 정권 들어서는 여야가 원수처럼 싸웠다”고 진단했다.
여야가 서로의 진영 논리에 빠져 출구 없는 대립을 세우는 모습에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는 갈수록 깊어졌다. 이 대표의 당선은 이러한 혐오가 임계점에 다다른 상태에서 새로운 정치 세력 등장에 대한 열망이 터져나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대진 조원C&I 대표는 “이 대표에게 세대교체와 변화에 대한 열망이 모인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보수의 전통적 어젠다를 지켜가면서 새로운 보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기성 정치권의 관성에서 탈피하라는 요구”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기성 정치인은 물러나라는 것, 그리고 이들이 주도했던 가치·비전·정치를 바꿔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소장은 “(국민들은) 당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고 해석했다.
토론 문화에 익숙한 이 대표가 타협과 협치에 우선하는 대화와 토론으로 의정 활동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토론의 메카로 꼽히는 영국 하원과 마찬가지로 활발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국회 내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다. 이미 이 대표는 토론 실력을 바탕으로 여당은 물론 청와대와의 어떤 형식의 만남에서도 할 말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영수회담 제안이 올 경우 형식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응하겠다”며 “토론할 때 3 대 1, 4 대 1로도 했는데 독대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송 대표도 이날 최고위에서 이 같은 이 대표의 방침에 대해 “환영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시민들은) 정치인들이 추상적인 말만 하는 것을 거부하고 구체적인 어젠다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할 것”며 “민감한 이슈를 피해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식으로 정치 문화가 바뀌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의 당선은 정치인의 세대교체를 넘어 우리나라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를 빚는 ‘시대 교체’를 촉발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는 “시대 교체라는 것은 새로운 가치로 무장한 사람들이 오는 것”이라며 “그 전에는 사람들이 국가·민족·사회·회사와 같은 집단을 중요시했다면 이제는 개인을 중시하는 세대”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현상’으로 나타난 새 시대를 향한 변화의 바람은 세대교체를 통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박 대표는 “이 대표는 꺾일 수 있어도 이 세대가 오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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