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약식 정상회담을 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일본 정부가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우리 군의 독도 방어 훈련을 문제 삼아 회담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독도 방어 훈련은 핑계일 뿐이며 한일 관계 복원에서 우리 정부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포석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4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일 외교 당국은 지난 11~13일(현지 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기간에 약식 정상회담을 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일본의 변심으로 정상 간 만남이 취소됐다. 일본은 우리 군의 동해 영토 수호 훈련을 문제 삼았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 정부는 언제나 일본과의 대화에 열려 있고 G7 정상회의 역시 마찬가지였다”며 “(양국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과 잠정 합의라고 볼 만큼의 진전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일본 측이 밝힌 표면적 취소 사유는 우리 군의 동해 영토 수호 훈련이다. 군경은 1986년부터 매년 정례적으로 동해 수호 훈련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이달 15일로 계획돼 있었다. 이 훈련에는 우리 영토인 독도까지 방어 영역으로 포함돼 있다. 일본 정부는 그간에도 독도 방어 훈련과 관련해 문제 제기를 해왔는데 정상회담의 취소 사유로 거론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일본은 특히 다음 달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주변국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예정된 정상회담을 취소할 정도면 다른 속내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외교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 회복의 대가로 우리 정부로부터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는 포석으로 분석한다. 이기태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은 “일본 정부의 인도태평양 이슈를 보면 한일 관계가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면서 “스가 총리는 우리 정부가 과거사 문제의 해결책을 먼저 제시할 때까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와 관련 “일방적으로 취소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실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지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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