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분류 작업 해법을 두고 갈등을 벌인 택배 회사와 택배 노조가 극적 합의에 이를지 관심이 쏠린다. 올초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가 잇따르자 사회적 대화를 통해 큰 틀에서는 합의점을 찾았는데 추가 발생 비용과 임금 보전 방식을 놓고 양 측은 대립해왔다. 택배 파업의 분수령이 될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서 택배 회사와 택배 노조, 정부는 합의점에 상당히 접근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사회적 합의 준수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으로 4,000~5,000명이 모였다. 현장에 있던 한 조합원은 “1차 사회적 합의에서 분류 작업 비용을 사측에서 부담하기로 했는데 2차 합의 계약서를 쓸 시점이 되니까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올해 1월 택배 노사와 정부는 과로사 대책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택배 분류 작업의 책임은 택배 회사가 맡고 작업 시간을 제한해 택배 기사의 노동 강도를 줄인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책 이행을 위한 후속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택배 회사와 정부는 1차 사회적 합의 이후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고려해 분류 인력 투입 시기를 늦추고 작업 시간 제한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사실상 택배 기사가 떠안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택배 회사의 성장성과 택배비 인상을 통해 재원 충당이 가능하다며 제안을 거부했다.
택배 노사의 대립으로 지난 8일 2차 사회적 합의는 결렬됐다. 택배노조는 전날부터 우정본부 건물 1층을 점거하는 시위를 벌이는 한편, 일주일째 파업(조합원 2,100여 명)과 분류 작업 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집회는 일촉즉발 상황이 연출됐다. 일부 조합원은 연단이 설치된 문화마당으로 이동하기에 앞서 공원안내소 인근 입구에 집결했다. 이들 중 일부가 앰프 등 집회 진행에 필요한 방송 장비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장비 반입을 막던 한 경찰관아 조합원들을 향해 비속어를 사용했다며 조합원 한 명이 문제 제기했고, 한 경찰관은 ‘우리도 참고 있는 것’이라며 맞대응도 했다.
택배 회사는 택배 노조가 사회적 합의를 앞두고 실력 행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사회적 합의에서 사측이 택배 분류 인력을 전담하기로 약속했고 2차 합의에서 분류 인력 투입 완료 시기와 방법을 정하는 과정에서 파업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택배 업계 관계자는 “이미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한진과 롯데 등도 택배 분류 인력을 투입하는 등 1차 합의의 선제적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택배노조가 주장하듯 택배 업계가 1차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서 택배 회사와 택배 노조, 정부는 합의점에 상당히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안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쟁점이 됐던 분류 작업에 대해 인력을 조기 투입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도 있다. 택배 노조가 요구한대로 근로시간이 줄 수 있을지, 근로시간이 줄 경우 어떻게 임금 감소분을 보전할지다. 이 쟁점에 대해서는 택배 노조의 양보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16일 열리는 2차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 회의에는 화주 단체, 소비자단체가 참여한다.
/양종곤·허진·박형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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