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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로또 분양'이 만든 청년세대 '영끌'

권혁준 건설부동산부 기자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청약은 당첨 가능성이 없고, 집값은 계속 뛰니 외곽에라도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직장 생활을 시직한 지 3년가량 된 A 씨의 푸념이다. 하반기에 금리가 오르고 주택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갈지 몰라도 하루가 다르게 뛰는 집값만 보면 마음이 더 조급해지는 것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집값 급등은 경제학적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노무라증권은 지난 2015년 10년 차 부부 증감률을 근거로 서울 집값을 예측했다. 이들이 주택 매수 세력이기 때문이다. 이 이론대로라면 10년 차 부부 수가 감소한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집값이 하락했어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집값은 이 시기 유례없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주택 매수에 나서는 주수요층이 10년 차 부부뿐 아니라 노년층부터 신혼부부, 1인 가구 청년까지 모든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낳은 것은 정부의 시장 왜곡이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해 만든 수억 원짜리 ‘로또 분양’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청약에 열을 올리게 만들었다. 무주택 기간, 통장 가입 기간을 꽉꽉 채우고도 수십 년 동안 장롱 속에 묻혀 있던 중·장년층의 청약 통장을 분양 시장에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커졌지만 동시에 2030의 좌절감은 더해졌다. 역시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며 실시한 ‘가점제 100%’ 정책은 청년들의 청약 당첨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로또 분양’은 돈 많은 자들, 고가점 중·장년층만을 위한 잔치가 돼버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집값이 계속 급등하자 젊은 층은 공포에 질려 주택 매수에 나서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의 정책 헛발질이 미래의 수요까지도 ‘영끌’하도록 만든 셈이다. 전·월세를 살며 차근차근 주택 매입 자금을 마련하고 있어야 할 사회 초년생까지도 온갖 대출을 무리하게 끌어모아 주택 매수에 나서고 있는 지금이 정상적인 시장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다. 시세 차익만 10억 원을 훌쩍 넘길 전망인 ‘래미안원베일리’ 로또 분양이 이제 코앞이다. 이번 분양도 고가점·무주택 현금 부자들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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