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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석학 자크 아탈리가 전하는 '바다의 역사와 가치'

■바다의 시간

자크 아탈리 지음, 책과함께 펴냄





글로벌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를 계기로 해양 오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다큐멘터리는 인간의 상업적 어업이 탄소의 저장고인 바다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안정적 먹이 피라미드 구조를 유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바다의 위기를 강하게 환기했다.

세계적 석학인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도 신간 ‘바다의 시간’에서 바다의 위기가 결국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한다는 강한 경고를 날린다. 그렇다고 책이 단순히 해양 오염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아탈리는 그보다 “우주의 첫 순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바다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을 택한다. 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바다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포괄적으로 이해해야 바다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할 수 있다는 취지다.

아탈리는 이 책에서 바다의 총체적인 역사를 조망한다. 인류 역사에서 바다가 갖는 의미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측면에서 두루 살피고, 다시 한 번 전 지구적 차원에서 바다의 의의와 위상을 정리한다. 이러한 전개 과정에서 그가 내놓는 구체적이고도 정확한 근거는 매우 인상적이다. 아탈리는 두루뭉술한 서술로 넘어가는 대신 상세한 자료를 제시해 자기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바다가 형성되는 과정부터 그 속에서 생물이 진화하는 과정은 물론, 바다를 둘러싼 세계 정치경제의 패권 다툼을 언급할 때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19세기 영국이 전 세계 금융 정보를 장악해 경제적 패권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바다를 가로질러 전신 케이블을 설치한 점을 끄집어내고, 컨테이너선 개발이 물류의 혁신을 일으켜 2차 세계대전 이후 고도성장기를 가능케 했음을 이야기한다.



아탈리가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려는 ‘바다의 위기’에 대해 말할 때도 탄탄한 분석이 이어진다. 그는 바다가 유지되는데 필요한 물과 모래의 고갈, 각종 해양 폐기물의 증가, 기후변화에 따른 바다의 산성화와 해수면 상승 등이 모두 인간의 손에 의해 일어나고 있음을 자료를 통해 논증한다. 이에 따라 해양생물이 생존 위기에 처하고 있으며 대량 절멸의 정황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탈리는 “생명은 대량 절멸 후에도 적절히 버텼다가 더 다양하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시 태어나겠지만 인류는 남아있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 기업, 미디어, 정부, 국제사회가 해야 할 일을 제시한다. ‘실질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제해양기구’의 창설도 제안한다. 인류에 대한 위협과 미래에 대한 약속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모든 것은 바다로 귀결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1만5,000원.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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