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일본 올림픽위원회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1912~2002) 선수를 자국 선수인 것 마냥 일본 올림픽 박물관에 전시해놓은 사실이 드러났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및 일본 올림픽위원회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서 교수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주 경기장 인근에 있는 ‘일본 올림픽 박물관’ 내 ‘역대 일본인 금메달리스트’를 전시하는 코너 최상단에 손 선수가 배치됐다. 손 선수가 월계관을 쓰고 시상대에 서 있는 사진을 전시하면서, 일본어로 ‘손기정, 1936년 베를린 대회 육상경기 남자 마라톤’이라는 설명만 달아놨다. 도쿄에서 유학 중인 한국 학생들이 이를 발견하고 서 교수 측에 제보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도 손 선수를 ‘키테이 손'(Kitei Son·창씨개명한 이름)이라고 소개하고는 있다. 그러나 세부 설명을 통해 “당시 한국은 일제 강점기 시기를 겪었고, 창씨개명한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밖에 없었다”는 역사적 설명과 함께 “대한민국의 손기정”(Sohn Kee-chung of Korea(South Korea))이라며 손 선수가 한국인임을 밝히고 있다.
서 교수는 “일본 관람객들이 손기정 선수를 마주하게 되면 일본인으로 오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손기정 선수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넣어 관람객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일본 선수단으로 출전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면서도 “손기정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제대로 알려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홍연우 인턴기자 yeonwo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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