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안으로 ‘조용한 시장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정책 변화보다는 이런저런 규제로 시장에서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로는 외화 지급준비율 인상, 석탄 가격 제한, 원자재 방출 등이 꼽힌다. 특히 오는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내년 10월 당 대회 개최를 앞두고 공산당 지배 체제를 강화하려는 욕심이 경제에 대한 규제로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17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시장 참가자들을 사사건건 규제하면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화 지준율 인상이 한 예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와중에도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화를 크게 늘리지 않았고 이에 따라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긴축 여지가 작다. 현재까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배제한 상태다.
하지만 조용한 시장 개입 카드를 빼 들었다. 바로 외화 지준율을 기존 5%에서 7%로 인상한 것이다. 위안화 초강세를 막자는 것이 이유였지만 중국이 긴축을 추진하겠다는 신호를 대외에 보낸 개입으로 평가됐다.
앞서는 국유 기업의 해외 파생상품 거래를 규제하고 애널리스트들이 낙관적인 주가지수 목표를 제시하는 것도 막았다. 금융 리스크를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구리·알루미늄 등 원자재의 정부 비축분을 시장에 풀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의 잇따른 규제를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다소 풀어졌던 금융 시스템을 다잡기 위한 조치로 해석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무엇보다 ‘안정’을 강조하고 있고 내년 10월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결정할 제20차 공산당 당 대회도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개입이 그간 시 주석 등이 시장 자율과 대외 개방 확대를 주장해온 것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보아오포럼 화상 연설에서 “무역과 투자의 자유와 편리를 촉진할 것”이라며 “보다 높은 개방형 경제체제를 건설해 중국 시장의 거대한 기회를 모두 공유하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커창 총리도 미국 기업인들과의 화상 대화에서 “개방을 더 확대하고 시장화·법치화·국제화의 경영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가 참여자의 핑곗거리를 만들면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유 기업의 해외 파생상품 거래 규제는 금융 리스크 감소를 이유로 들었지만 결국 글로벌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을 가로막는 일이다. 주가지수 목표 제시에 대한 규제도 자본시장의 질서를 훼손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개입이 시장 안정이라는 효과를 거둘지도 의문이다. 당국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석탄 등 자국 내 원자재 채굴 확대와 비축분 방출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중국 내 원자재 가격 상승의 상당 부분은 호주 등 외국과의 마찰 과정에서 수입을 대폭 줄인 데 따른 것이라 중국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규제에 따른 가격 방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기 세력이 활동하고 또 시장의 손해에 대한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모럴해저드도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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