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때 이른 더위까지 찾아와 전국 곳곳에서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1년 넘게 우리의 일상을 옥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근심·걱정·불안감·무기력감·피로감 등을 야기해 적지 않은 사람들의 불면증을 유발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는 불면증을 부르는 ‘열대야’ 수준의 한밤 더위가 일찍 찾아와 기승을 부리면서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들고 있다. 제대로 잠을 못 자면 일상 생활에서 집중력 저하는 물론 비만·골다공증·고혈압·당뇨·뇌졸중 등 각종 질환 발생 위험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수면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면위생’을 실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면위생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생활 습관이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은 기온이 지난해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 일수는 최대 22일, 열대야 일수는 최대 28일로 각각 예상하고 있다. 폭염은 최고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열대야는 한밤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날을 말한다. 지난 10년(2011~2020년) 간 평균 폭염일수가 14.9일, 평균 열대야 일수가 9.9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한반도가 뜨거워졌는 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더위는 벌써부터 곳곳에서 감지된다. 서울은 지난 9일 올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인 31.6도를 기록했다. 평년보다 4도 정도 높았다. 이날 ‘대프리카’ 대구(32.7도) 뿐 아니라 전주(33.6도)·청주(33.5도) 등도 기온이 30도를 웃돌았다.
날이 더우면 잠을 이루기 힘들 뿐만 아니라 깊은 잠을 자기가 쉽지 않다. 수면 중 자주 깨는 얕은 수면 상태가 이어지면 계속해서 수면 리듬을 깨트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조철현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온이 올라가면 잠들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 몸이 잠이 들기 위해서는 체온이 0.3도 정도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침실 온도가 높으면 체온을 떨어 뜨리기 어려워 잠들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 바로 아래 혈관을 확장시켜서 피가 밖으로 돌게 하고, 혈액 순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심장이 빨리 뛰게 된다”며 “그 결과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고 깊은 잠을 자기 힘들어진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수면 부족이 집중력 저하·불안 장애·우울증 등을 불러올 수 있을 뿐 아니라 골다공증·고혈압·당뇨·뇌졸중 등의 질환의 발생 위험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면위생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이 제시하는 수면위생은 △낮잠 자지 않기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기 △밤에 일어나도 시계 보지 않기 △잠자리 들기 전 2시간 전 더운 물 목욕하기 △담배와 카페인 함유 음료 피하기 등이다.
조현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나친 에어컨 바람은 냉방병이나 감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에어컨을 이용해 자기 전 가장 적합한 온도인 24~26도를 유지하다 잘 때는 에어컨을 꺼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낮잠은 오후 동안의 피로를 풀어주는데 효과적이지만 30분 이상의 낮잠은 밤의 숙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조은 카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불면증의 경우 전문가의 도움이 더욱 필요하다"며 "증상에 따라 투약이나 수면위생 교육 등을 시행한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또 “수면무호흡증이나 기면증이 의심될 때, 비전형적인 불면 증상 혹은 지속적인 치료에도 불면증이 호전 되지 않는 경우에는 수면다원검사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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