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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속 가려진 수사착수 기준...공수처 권력화 가능성[서초동 야단법석]

사건 선택 기준에 김진욱 "오로지 법과 원칙"

강조했지만 "정치적 고려 없나" 의심 눈초리

수사 과정은 물론 입건 배경도 투명히 밝혀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출범 후 5개월 동안 1,570여건의 사건을 접수했고, 그 중 9건만 직접수사에 착수했다. 전체 사건 중의 0.5%다. 관심은 0.5%만을 선택한 기준이 뭐냐는 것이다.

김 처장은 그것이 ‘법과 원칙’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처장은 “아시다시피 공수처는 (인력 부족 등 현실적 여건 때문에) 사건을 선별해 수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다는 명목 하에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들은 모두 다 피하고 그 외 사건들로만 수사하기도 어렵고 그것이 바람직하지도 않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처장은 “중요한 건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을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고려나 판단 없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른 결정을 하라는 게 국민의 요청”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법과 원칙” 강조했지만…“정치적 고려 전혀 안 들어갔겠나”


김 처장은 취임 전부터 ‘법과 원칙’을 강조해왔다. 법조계에서 김 처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돼있다고 의심하는 사람은 드물다. 공수처를 ‘정권수호처’로 만들려 한다든지 하는 비판은 법조계 바깥 영역에서 대부분 나온다.

대신 우려되는 것은 과연 김 처장이 말하는 ‘법과 원칙’만이 사건 선택의 기준이겠느냐는 의문이다. 많은 법조계 관계자들은 “정치적·정무적 고려가 어떻게 전혀 안 들어갔겠느냐”고 지적했다.

우려가 나오는 대표적인 이유는 공수처가 검찰과 관련된 사건은 과감하게 수사에 착수하는 반면 국회의원 사건은 전부 타 수사기관에 이첩했다는 점이다.

윤석열은 수사, 친문 박광온은 수사 안해


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권남용 피의자로 입건한 것을 두고 법조계서 논란이 컸다. 입건된 사건은 두 개로,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을 때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기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모해위증 교사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두 사건은 혐의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말 윤 전 총장 징계를 강력히 밀고 나갔던 법무부 징계위원회마저도 결국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럼에도 김 처장은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18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윤 전 총장 수사 착수 배경에 대해 “기초 조사를 충분히 했다. 고발장 말고도 자료가 더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수처의 국회의원 사건은 모두 이첩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은 대검찰청에 넘겼다. 공수처는 지난 9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김 원내대표를 고발한 사건을 대검찰청으로 이첩했다. 법조계에서는 “야당 원내대표를 입건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았겠냐”는 평가가 많았다.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아 이첩할 수밖에 없다 치더라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직권남용 혐의 사건 이첩은 설명되지 않는다.

박 의원은 2018년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비리 의혹 고발을 무마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그런데 공수처는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이 사건은 2018년 발생 사건으로 공소시효(7년)가 많이 남아있다. 박 의원은 대표적인 ‘친문’ 정치인 중 하나다. 현재 법사위원장 내정자이기도 하다.

공수처가 박 의원의 정치적 지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건을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서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공수처가 정말 그랬는지 일반 국민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사건 선택의 배경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더구나 야권 유력 대선후보는 수사하기로 하고 친문 정치인은 수사 않기로 하는 그림은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이처럼 ‘누구는 수사하고 누구는 수사 안 하는’ 공수처가 부인해도 정치적 비판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검찰도 그동안 비슷한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여권은 검찰이 권력자에 대한 ‘선택적 수사’를 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도 권력자를 골라 수사하면 ‘선택적 수사’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의 관행을 답습하지 않겠다”며 생긴 공수처가 신뢰를 못 얻는 최대 난제인 셈이다.

공수처 권력화 견제책은


김 처장은 지금의 논란이 공수처 출범 초기라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했다. 검사들도 늘고 수사력도 제고되면 더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 있어 사건 선택을 두고 논란이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공수처의 수사(착수)권은 언제든 앞으로 정치·사회적 파급력이 클 전망이다. 공수처가 마음만 먹으면 겉으로 ‘법과 원칙’이라는 표어 뒤에 숨어 입맛에 맞는 사건만 입건해도 막을 길이 없어서다. 이처럼 수사기관이 권력자를 선택해 수사하면 기관 자체가 권력화 되기 마련이다. 김 처장이 아니더라도 그의 후임자가 권한을 남용할 수 있다.

법 개정 없이는 현재 확실한 견제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외부인들로 구성된 공수처 수사심의위원회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있다. 공수처 수사심의위는 직접수사 개시 여부도 안건으로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수사심의위는 공수처장이 소집하지 않으면 못 열린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공수처가 매번 수사 착수 배경을 최대한 상세하게 알려 투명성을 스스로 담보하는 방법만 남는다. 수사 개시 단계에선 피의사실공표 등의 문제로 공개가 어렵다면 수사를 종결하고서라도 해야 된다. 김 처장은 앞서 “수사 끝에 범죄혐의가 인정되면 공소제기를 하고 인정되기 어려우면 떳떳하게 불기소결정을 하면서 국민 앞에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를 소상히 밝히는 게 수사기관의 책무”라고 말했다. 수사 과정은 물론 수사 착수 배경도 소상히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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