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1972년 발표 된 ‘작은 연못’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에 있어 고전과 같은 노래다. 김민기가 작사·작곡하고 양희은이 노래한 곡으로, 한때 뚜렷한 이유 없이 금지곡으로 지정되는 비운을 겪었지만 1990년대 들어서는 시대 상황을 비판적으로 성찰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했다. 맑은 연못 속에 살던 붕어 두 마리가 서로 싸우는 바람에 한 마리가 죽게 되고, 죽은 물고기의 살이 썩으면서 물도 따라 썩어 아무도 살 수 없는 연못이 됐다는 이야기는 싸움의 끝엔 공멸 밖에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교과서에 실렸을 뿐 아니라 여러 차례 리메이크 되기도 했던 노래가 이번에는 그림책으로 출간됐다. ‘위를 봐요!’ ‘벽’ 등의 작품을 펴내며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 상을 두 번 수상한 작가 정진호가 그림을 맡았다. 정진호는 노래가 처음 만들어졌던 시대적 배경에서 더 나아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책에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썩어가는 바다, 흐린 하늘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줘서는 안된다는 게 정진호가 전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다.
한편 창비는 문학성 있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표현된 한국 대중가요를 그림책으로 펴내는 ‘창비 노랫말 그리맥’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작은 연못’에 앞서 ▲딸에게 보내는 편지(유희열 글, 천유주 그림) ▲풍선(이두헌 글, 최은영 그림) ▲네모의 꿈(유영석 글, 안소민 그림) 등을 펴냈다. 1만4,000원.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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