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성폭력 증가의 원인을 여성의 노출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23일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칸 총리는 최근 다큐멘터리 뉴스 ‘악시오스 온 HBO’(Axios on HBO)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이 옷을 거의 입지 않는다면 남성들이 로봇이 아닌 이상 그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에 인터뷰 진행자인 조너선 스완이 “여성의 옷 입는 방식이 성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되묻자 칸 총리는 긍정하는 뉘앙스로 답했다. 그는 “그것은 당신이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사람들이 그런 것(여성 노출)을 보지 못한 사회라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칸 총리의 발언이 알려지자 야권은 물론 인권 운동가와 누리꾼 등도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야당인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의 대변인 마리염 아우랑제브는 “세계가 병들고 여성혐오적이며 타락하고 불량한 칸의 사고 방식을 알게 됐다”고 했다. 아우랑제브는 이어 “성폭력은 여성의 선택이 아니라 비열하고 비도덕적인 범죄를 저지르기로 한 남성의 선택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칸 총리는 지난 4월 초에도 여성의 옷차림과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그는 당시에도 “모든 사람이 의지력이 있는 게 아니므로 여성들은 유혹을 없애기 위해 옷을 얌전하게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정부가 성폭력을 막기 위해 무슨 조치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이었다.
한편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고 있는 파키스탄에서는 해마다 1,000명에 가까운 여성들이 ‘명예살인’에 의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전해졌다. 명예살인이란 다른 종파나 계급의 이성과 사귀거나 개방적인 행동을 한 여성이 가족 구성원에 의해 목숨을 잃는 일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성폭력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해 9월에는 파키스탄 북동부 라호르 인근 고속도로에서 한 여성이 자녀들 앞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홍연우 인턴기자 yeonwo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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