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자회사인 앤트그룹이 중국 국영기업과 함께 신용정보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앤트그룹이 보유한 알리페이 사용자 10억여 명의 금융 정보가 중국 당국에 넘어가는 것으로 사실상 알리바바가 당국의 압박에 백기를 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2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앤트그룹이 중국 국영기업과 합작 신용정보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용정보회사는 이르면 올 3분기에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WSJ는 이로 인해 앤트그룹이 그간 알리페이를 통해 수집한 고객의 금융 정보 관련 데이터를 사실상 당국에 넘겨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데이터는 앤트그룹의 성공 비결로 간주돼왔다. 소식통은 합작 법인을 앤트그룹과 당국 중 어디에서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어떤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할지 등에 대해 논의 중이며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개인과 기업의 은행 대출 내역 등을 취합해 신용을 평가한다. 다만 은행 대출이 없거나 대출을 받지 못한 국민에 대한 신용 평가는 불가능하다. 반면 앤트그룹과 다른 핀테크 기업들은 지난 10여 년간 국민들에 대한 대출로 상당한 금융 정보를 수집·보관했고 자체적인 신용 평가 시스템까지 갖췄다. 실제 알리페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소액 대출과 각종 투자 상품을 판매하는 앤트그룹은 지마크레디트라는 신용정보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알리페이가 현재까지 처리한 결제 금액은 17조 달러 이상으로 지난해 6월 기준 중국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은 앤트그룹에 관련 데이터 공유를 압박했지만 앤트그룹은 고객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앤트그룹도 결국 당국의 압박에 두 손을 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당국이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중단시킨 데 이어 알리바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앤트그룹은 4월 인민은행의 감독을 받는 금융지주회사로 재편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앤트그룹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한 포럼에서 중국 금융 당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뒤 당국의 노골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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