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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정 최고 금리 또 낮추는 게 금리 인상 대비책인가


법정 최고 금리가 다음 달 7일부터 연 20%로 인하되는 가운데 이를 시행하기도 전에 추가로 5%포인트를 낮추는 법안이 발의됐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은 최고 이자율을 15%로 낮추고 이를 위반하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최고 금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27.9%에서 24%로 인하됐으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에도 불구하고 20%로 더 낮추도록 예정돼 있다.

최고 금리 인하는 겉만 보면 매력적인 친서민 정책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대출 이자를 낮춰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한 겹만 벗기면 전형적인 ‘선의의 역설’이 기다리고 있다. 최고 금리가 낮아지면 대부 업체들은 손실을 줄이려 신용 심사 강도를 높이게 되고 여기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대출 난민’이 돼 사채 시장으로 내몰린다. 조달 금리와 대손 비용(떼이는 돈) 등 원가만 연 20% 안팎에 달하므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부업 등 3금융권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사람이 8만~12만 명에 이른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부동산·주식 등에 투자한 2030세대에게는 최고 금리 인하가 독약이 될 수 있다.

정치권의 법정 이자율 인하 추진은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것과 배치되는 행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며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제도권 전반에 대출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텐데 이에 역행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포퓰리즘 금융’일 뿐이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무차별적으로 팽창된 유동성을 흡수할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금리 인상을 앞두고 35조 원 가까운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모자라 사탕발림 금융정책까지 펼친다면 긴축의 쓰나미는 누가 막을 것인가. 정부와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표 얻을 궁리만 하지 말고 부실의 상흔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긴축의 방파제를 쌓는 일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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