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격수’로 불려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법인세와 소득세를 동시에 인하하는 감세 정책을 꺼냈다. 여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박 의원은 “(법인·소득세의) 세율을 내려 기업의 추가 투자와 고용을 유도한다면 승수효과로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며 친(親)시장적 성장론을 제시했다. ‘진보는 증세, 보수는 감세’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보 성향의 여당 후보가 유연한 폴리시믹스(정책 조합)의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의 공약은 실용 노선으로 정치적 외연을 넓혀보려는 계산이 깔려 있겠지만 이념에 매몰된 여당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신선한 발상이다. 지금까지 유력 대선 주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당장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분배를 우선하는 포퓰리즘 정책 제시에 급급했다. 특히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 등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은 그동안 현금 복지 방안을 거리낌 없이 내놓았다. 1인당 연간 수백만 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제대군인 ‘사회출발자금’, 사회 초년생을 위한 ‘미래씨앗통장’, 청년 세계 여행비 등의 공약을 내세우면서 누가 더 많이 나눠줄지 경쟁하는 듯했다.
주요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면에 나서 자국 기업 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기업을 때리면 다수의 서민 표를 얻을 수 있다는 왜곡된 논리에 빠져 반시장적 조치를 취해왔다. 그 결과 최근 10년 동안 중국·일본은 자국 내 투자 증가율이 연평균 4.3%, 3.9%인 데 반해 한국은 2.5%에 머물렀다. 대선 주자들에게 주어진 최우선의 책무는 이런 악순환을 끊고 생산성 향상, 첨단 신산업 육성, 과학기술 초격차 확보, 인재 양성 등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유권자들도 무차별적인 폭로전과 진흙탕 싸움이 아닌 비전과 정책을 내놓고 경쟁하는 양질의 선거전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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