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하던 집값이 거침없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6월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은 전달보다 1.01% 올랐다. 3월 이후 0%대로 낮아진 서울 주택 매매가 상승률이 이달 들어 다시 1%대를 회복한 것이다. 이 영향으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10억 1,417만 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0억 원을 돌파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중위가격이 6억 635만 원이었으니 4년 만에 4억 원이나 오른 것이다.
집 없는 서민들에게 집값 폭등은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은 지난 4년 동안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믿고 집을 사지 않은 잘못밖에 없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뒤늦게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과했을 때 이제는 진짜로 집값을 잡을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이어 대대적인 공급 대책을 제시했지만 약효는 고작 두세 달에 그쳤다. 정부는 이제 집값 잡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과천 청사 부지 개발이 무산되고 태릉CC 부지 개발도 차질을 빚는 등 정부가 발표한 공급 대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추가 대책을 내놓을 능력도 없고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오죽하면 김부겸 총리가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어디서 정책을 훔쳐 오기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토로했을까.
최근 아파트 경매에서 낙찰 가격이 계속 뛰는 것을 보면 집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최근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부족에 있다. 공공 주도로는 이 문제를 이른 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렵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신규 주택 공급의 숨통을 터주는 동시에 양도소득세 규제를 일시적으로 해제해 기존 주택을 매물로 유도해야 한다.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에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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