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3대 분야를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해 집중 지원하고 2023년까지 2조 원+α 규모의 설비투자 특별 자금을 투입하는 내용의 ‘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3대 전략 기술의 연구개발(R&D)은 최대 50%(대기업 40%), 시설 투자는 최대 20%(대기업 10%)로 세액공제율을 높이기로 했다.
글로벌 산업 패권 경쟁으로 다급해진 정부가 전략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종합 선물 세트를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지원 내용이 부실하고 시기적으로도 늦은 감이 있어 아쉽다. 정부는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늘렸다고 생색을 내지만 반도체 업계는 선진국 수준(50%)은 돼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기업들이 우선 필요로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노동 개혁과 규제 혁파다. 이를 위해 기업인을 범죄자 취급하는 반(反)기업 정서부터 걷어내야 한다.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8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와 국회가 노조의 주장만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쓴소리를 쏟아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은 노조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노동법 개정과 규제 3법·징벌 3법 도입 등으로 경영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절규에 답하기는커녕 청년 채용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안 장관은 이 자리에서 “수시 채용 중심으로의 트렌드 변화로 청년 채용이 줄고 있다”며 정시 공채 확대를 요구했다. 30대 기업 인사·노무 책임자를 모아놓고 여권에 등 돌린 2030세대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일자리 확대를 주문한 것이다.
정시 채용 늘리기가 일자리 확대의 근본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단기 공공 일자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기업 경영을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규제들을 과감히 혁파하고 고용 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노동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생색내기보다 기업의 기 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