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쌍용자동차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존속)가치보다 2,300억 원가량 높다는 회계법인의 중간 보고서가 법원에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쌍용차에 대한 매각 공고가 이뤄지는 등 새 주인 찾기가 시작됐지만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크게 높게 나옴에 따라 자금 유치와 구조 조정 등 추가 자구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매각 이후에도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8일 관련 업계와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쌍용차의 조사위원인 EY한영회계법인은 지난 22일 서울회생법원에 쌍용차의 청산가치가 9,800억 원, 계속기업가치가 7,500억 원이라는 내용의 중간 보고서를 제출했다. 쌍용차가 투자 자금 유치와 차입 등 정상적으로 운전자본을 조달한다는 가정 아래 평가된 것으로, 현재 자구안만으로는 사실상 기업 회생 가능성이 어렵다는 얘기다. 쌍용차가 4월 회생절차에 돌입한 후 구체적인 기업가치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쌍용차의 기업회생절차가 미로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통상 청산가치가 높을 경우 채권자는 기업을 청산해 부채를 상환받는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쌍용차가 파산할 경우 고용과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쌍용차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는 경제 논리대로 파산이 이뤄질 경우 협력 업체 등을 포함해 2만 명에 달하는 실직자가 양산되는 등 고용은 물론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매각 주간사가 이날 쌍용차 매각 공고를 냈지만 인수자를 찾는 일도 난항이 예상된다. 회계법인은 쌍용차가 매각을 통해 3,500억 원가량의 자금을 수혈할 것으로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인수 예정자로 거론되는 5~6개 업체 중 자금 동원력이 검증된 곳은 없다. 회계법인은 쌍용차가 매각된 후에도 채무 변제 등을 위해 4,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자동차와 매각 주간사인 EY한영법인이 28일 쌍용차 매각 공고를 내고 새 주인 찾기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2009년에 이어 10년 만에 다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쌍용차가 매각 작업을 통해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관건은 쌍용차의 재무 상태와 향후 영업 경쟁력의 지속 가능성이다. 설사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져 새로운 주인을 찾더라도 수천억 원에 이르는 추가 자금 조달 및 구조 조정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울회생법원, 쌍용차 매각 공고 내고 새 주인 찾기 나서
사업 순항 가정에도 청산가치 높게 나와…매각 난항 예상
28일 관련 업계와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쌍용차 조사위원인 EY한영회계법인이 이달 22일 법원에 제출한 중간 보고서는 쌍용차가 정상적으로 매각되고 사업 계획이 순항한다는 가정 아래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의 첫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 판매는 물론 이달 14일 쌍용차 노사가 체결한 자구안 역시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전제다. 그럼에도 쌍용차의 청산가치가 기업계속가치보다 2,300억 원이 높게 나와 추가 자금 투입 및 자구안 없이는 회생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법정관리 당시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는 1조 3,276억 원, 청산가치는 9,386억 원으로 계속기업가치가 더 높게 평가됐다. 인도 마힌드라가 경영한 지난 10년간 기업가치가 정반대로 뒤집어진 것이다.
법원은 이날 매각 공고를 통해 쌍용차에 대한 본격적인 인수합병(M&A) 절차를 시작했다. 법원에 제출된 중간 보고서에는 ‘M&A를 가정한 회생 계획안’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법인은 쌍용차가 매각 작업을 통해 3,500억 원의 투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일시 변제를 위해 4,000억 원가량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인수에 자금력이 충분한 인수의향자가 참여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그동안 쌍용차 인수 의향을 직간접적으로 밝혀온 곳은 HAAH오토모티브와 에디슨모터스,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와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있다. 미국과 중국 업체 1곳씩도 입찰 참여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HAAH오토모티브는 앞서 고정비 등의 부담으로 투자 결정을 한 차례 미뤘다. 나머지 인수 후보도 자금 동원력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은행 “M&A, 자구안 없이 자금 지원 어려워”
파산 시 대규모 실직 발생에 산은·법원 고심 깊어져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쌍용차의 추가 자구안과 매각 작업 없이 자금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는 쌍용차의 부채를 산은 혼자 부담할 경우 수천억 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을 회생 불가 기업에 사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은 회생 불가능한 기업에 국민 세금 수천억을 투자할 명분이 없다”며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쌍용차가 파산할 경우 임직원·협력업체 등 2만여 명의 실직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법원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쌍용차의 파산 결정을 쉽게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쌍용차가 회생하고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성을 이어가기 위해 고정비를 낮추는 방법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쌍용차 노사는 이달 14일 ‘직원 절반 2년 무급 휴직’을 골자로 하는 자구안을 마련했다. 경영 정상화까지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1년간 기술직 50%, 사무관리직 30%이 무급 휴업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쌍용차가 ‘총고용유지’ 입장을 번복하지 않는 이상 인수자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2년간 무급 휴직을 한다고 했으나 50%로 나눠 사실상 1년 휴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정비를 줄이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의향자에게 얼마나 매력 있게 다가올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M&A 무산 시 채무 변제 위해 6,500억 추가 필요
업계 “M&A 위해 자구안 강도 높여야” 지적하기도
매각이 무산될 경우 쌍용차가 현대·기아자동차만큼의 경영 실적을 유지하더라도 채무 변제를 위해서는 6,500억 원의 추가 자금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계법인은 쌍용차가 오는 2024년까지 경쟁 기업 수준으로 완전 정상화를 이루더라도 해당 금액이 투입돼야 2027년까지 회생담보권과 회생 채권에 대한 전액 변제가 가능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쌍용차 관계자는 “M&A를 전제로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M&A 절차가 마무리되면 계속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쌍용차에 대한 회계법인의 최종 보고서는 30일 회생법원에 제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