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4 공급 대책’, 서울시의 ‘재개발 활성화 방안’ 등의 여파로 재개발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속에 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재개발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또 서울 신축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오르자 수요자들은 비교적 저렴한 재개발 구역들로 눈을 돌린 것이다.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서울 재개발 구역 내 단독·다가구 매매가는 최근 몇 년 새 2~3배 급등한 사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등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단독·다가구주택의 매매가는 3년 새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승했다. 이문·휘경 구역 내 위치한 이 주택은 지난 2016년 9월 3억 3,000만원에 매매됐다. 그 후 30개월이 경과한 지난해 3월 같은 주택이 무려 10억 2,000만원으로 오른 것이다.
재개발 투자 수요가 많아지며 관련 분쟁도 덩달아 잦아지는 상황을 두고 법무법인 ‘정향’의 부동산 전문 김예림 변호사는 “재개발 구역에 주택을 산다고 무조건 입주권을 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분양 자격이 복잡하게 돼 있어서 한눈에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법적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현명하다”고 전했다.
재개발 투자와 관련한 궁금증과 유의점을 김 변호사와 나눈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재개발 구역 집 사도 아파트를 못 받을 수 있나?
A. 재개발 구역에 주택을 사면 재개발 입주권을 무조건 받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매우 많다. 그런데 실제로는 분양 자격이 너무 복잡하게 돼 있어서 그렇지 않다. 또 아주 특수한 경우들은 예외적으로 못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분양 자격이 있는 물건인지 미리 확인하고 매수해야 한다. 분양 자격 관련해서는 ‘도시정비법’이 기준이 된다.
그런데 구체적인 사항은 ‘시도 조례’에 아예 정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마다 분양 자격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 따라서 ‘재개발 구역에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고 싶어서 매수한다’라고 했을 때는 여러 가지 ‘시도 조례’나 ‘조합 정관’ 같은 것들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Q. 다가구 주택에 살고 있는 나, 재개발 후 입주권 못 받을 수 있나?
A. 우선 다가구는 기본적으로 ‘단독 주택’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 지분을 다 공유하고 있는 형태인 것이다. 다세대는 ‘일반 빌라’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세대별로 다 등기부 등본이 있는 경우다. ‘도시정비법’의 대원칙 중 하나가 ‘한 명이 여러 채를 공유’하고 있거나 ‘여러 명이 한 채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입주권은 하나밖에 안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가구는 단독 주택에 포함되고 여러 명이 한 채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해 여러 명한테 하나의 입주권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때 억울한 상황이 발생한다. 세대별로 등기만 안 돼 있지 사실상 세대별로 다 분리해서 소유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가구 주택의 경우엔 ‘도시정비 조례’ 같은 곳에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같은 경우엔 다가구 주택이 1997년 1월 15일 이전에 건축 허가를 받아 세대별로 지분등기나 구분소유등기까지 마쳤다면 처음 건축 허가받은 가구 수만큼 입주권을 부여해준다.
아무래도 다가구 주택은 사실상 세대별로 다 소유하고 있는데 등기만 형식상으로 다가구로 돼 있어서 세대별로 입주권을 못 받는 것이지 않나. 그래서 이런 부분이 ‘억울하다’라고 해서 예외 규정을 두는 것이다.
최근 판례의 경우 비록 상가 사례이긴 하지만 ‘각각 1인이 한 가구를 소유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나’라고 해석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것들을 봤을 때는 사실 다가구도 그렇게 인정을 해줘야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런데 일단은 조례나 법은 그렇게 돼 있는 것이다.
Q. 다세대를 쪼개거나 허물고 다시 짓는 경우,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입주권이 인정되지 않나?
A. 다세대는 세대별로 등기가 돼 있기 때문에 세대별로 입주권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경우가 생긴다. 기존에 단독 주택이었는데 두 세대로 쪼개서 다세대 주택을 만든다거나, 아니면 이런 단독 주택 자체를 철거하고 다세대 주택을 새로 짓는 방식으로 입주권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업 수익성이 많이 떨어질 수 있고 조합원 간에 갈등이 많아져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권리산정기준일’이라는 것을 정한다. 그래서 이것은 ‘투기 수요가 많이 몰릴 것 같다’라고 하면 고시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정비구역지정일의 다음 날을 권리산정기준일로 본다. 이 기준일 이후에 세대 수를 늘렸거나 철거하고 다시 지어 세대 수가 늘어난 경우에는 기존 주택의 가구 수에 따라 입주권을 받게 된다.
Q. 공공재개발후보지의 신축 빌라를 분양받은 경우 공공 재개발이 아닌 공공직접시행으로 방향을 틀면 입주권을 받을 수 있나?
A. 정부에서 ‘공공’이라는 말을 붙이면 이것이 ‘공공 주도’인지 ‘공공 참여’인지 구분을 잘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공주도재개발’은 공공에서 주도하는 사업으로, 사업 시행자가 LH 같은 공공에서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보면 된다. 이 경우엔 기존 민간 재개발처럼 관리 처분 방식이 아니라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주고 나머지 리스크도 시행자가 떠안는 식의 사업이다. '공공 참여'라는 것은 원래부터 있었다. 그래서 기존 조합이 있으면 민간과 공공이 같이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된다. 기존의 민간 재개발처럼 관리처분 계획을 수립해서 권리 의무도 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공공 참여’ 같은 경우에는 작년에 대책에서 나왔던 것이다. 그때 후보지를 선정하면서 권리산정기준일을 9월 21일로 정했다. 그래서 그 이후에 ‘지분 쪼개기’ 같은 것들은 안 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 2·4 대책에서 나온 이야기인 ‘2월 4일 이후에 사면 현금 청산이다’라는 말은 ‘공공참여재개발’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주도재개발’에 적용되는 것이다. 그래서 2월 4일 이후에 어떤 주택을 매수했는데 해당 물건이 기존의 공공주도재개발 구역에 포함이 돼 있거나, 그 이후에 포함될 것이라 했을 때는 현금 청산된다. 그런데 지금 법이 통과를 못 하고 있다. ‘2월 4일을 기준으로 현금 청산된다’는 것 자체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 나온 안과 관련해서는 ‘공공주택 특별법’이 있다. 그래서 이 법의 개정안이 시행될 때까지 그 이전에 사신 분은 ‘구제해주겠다’는 방안이 지금 검토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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