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의 심각성이 대두되며 초기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경찰관이 동물학대 사건 자체를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담당부서와의 협력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경찰 수사의 전문성이 제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동물자유연대는 국회에서 ‘동물학대 대응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하며 일선 경찰 3,2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2.6%가 동물학대 사건을 맡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절반(52.7%)이 ‘동물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증거 수집이 어렵다’, ‘신고나 고소·고발 내용이 부실하다’ 등의 사유가 뒤를 이었다.
일선 경찰이 동물 학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문성을 가진 지자체 공무원이나 시민단체 전문가들과 원활한 협력이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131명 중 53.6%가 지자체 동물보호담당부서와 협력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그 중 58.7%가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담당자가 현장에 나오지 않은 경우도 66%에 달했다.
경찰은 이러한 인식을 반영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은 ‘동물학대 수사매뉴얼’을 올해 초 ‘동물대상범죄 벌칙해설’로 개정하며 동물학대 수사 전문성을 제고하려 했다. 하지만 여전히 유관기관과의 공조 및 내부 교육의 실효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에 김순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반부패공공범죄수사과 경감은 “동물대상 범죄 근절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시민단체 등 유관기관과 교류를 확대할 것”이라며 “동물대상범죄 수사 관련 내부 사이버교육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해 경찰의 수사 역량 제고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주 의원은 “설문조사 결과 경찰과 지자체 동물보호감시원의 상당히 많은 분들이 현장에서 벌어지는 동물학대사건을 다루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며 “‘아동학대 유관기관 공동업무 수행지침’을 통해 협업을 강화한 사례를 참고해 동물학대 사건에서도 유관기관의 협업을 강화할 입법적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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