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채 운전대를 잡았던 40대 운전자가 음주운전 단속에서 면허정지 수치로 적발돼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김지영 판사는 음주운전(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42)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음주 후 혈중알코올농도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운전대를 잡은 시점에는 음주 단속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취지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10시 45분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장에서 측정된 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3%로 면허정지(0.03%) 기준을 넘었다.
박씨는 당일 오후 9시 30분쯤 맥주 400㏄가량을 마신 사실을 인정헀지만 운전 중에는 면허정지 수준을 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는 현장에서 음주 측정이 지체돼 2∼3회에 걸쳐 반복 측정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상승해 단속 대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음주 후 혈중알코올농도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박씨 손을 들어줬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는 음주 후 30∼90분이 지난 시점에 최고치에 이르고, 이후 시간당 0.008%∼0.03%(평균 약 0.015%)씩 감소한다.
재판부는 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 당시 면허정지 기준을 넘었더라도, 측정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였다면 운전대를 잡았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3% 미만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사건 당일 오후 10시 20분쯤까지 술을 마셨고, 15분 뒤쯤인 10시 45분쯤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된 시점은 10시 55분쯤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최종 음주 시간을 기준으로 한 운전종료 시점은 약 25분이 지난 때이고, 음주 측정은 35분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며 "이는 모두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하는 시간대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관련 연구를 보면, 이 사건 단속시간과 측정시간의 간격인 10분 동안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 상승분은 0.005% 이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다면 운전종료 시점에서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28% 정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경찰 수사보고에 따르면 피고인이 당시 약간 말을 더듬으며 비틀거렸고 혈색이 붉었다고 기재돼있으나, 재판부는 이 수사보고만으로 운전 시점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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