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세계 3위인 일본 택시 시장에 한 중국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은 세계 1위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도 쉽게 뚫지 못하는 곳이었다. 주인공은 중국 디디추싱으로 출범 7년도 안 돼 아시아 최대 업체가 된 데 이어 그해 1월 브라질에서 가장 큰 차량 공유 스타트업 ‘99’를 인수하고 선진국 시장까지 넘본 것이다. 디디추싱은 이후에도 글로벌 공략 속도를 높여 영업 범위를 4,000여 개 도시로 늘렸다.
디디추싱은 1983년 장시성 태생의 청웨이가 알리바바에서 일하다가 스마트폰 시대의 폭발적 성장을 보고 2012년 창업한 기업이다. 청웨이는 이듬해 텐센트로부터 1,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이 회사의 ‘위쳇’ 메신저를 통해 사업을 확장시켰다. 이후 1년여 만에 중국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었고, 2015년에는 최대 경쟁사 콰이디다처와의 인수합병(M&A)에 성공했다. 내친김에 2016년 우버차이나까지 집어삼켰다. 디디추싱의 급성장에 애플이 1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세계적 기업들이 줄줄이 손을 내밀었다. 중국 내 점유율은 한때 90%를 넘었고 지금은 이용객이 15개국, 4억 9,000만 명에 이른다. 디디추싱은 세계 최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기업공개(IPO) 작업을 벌여와 지난달 30일 ‘꿈의 무대’인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디디추싱이 상장으로 조달한 금액은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중국 기업으로는 두 번째인 44억 달러에 달했다.
디디추싱이 상장 일주일도 안 돼 회사의 존폐까지 걱정할 만큼 시련에 직면했다. 중국 사이버관리국이 빅데이터를 미국으로 유출했다며 조사에 들어간 데 이어 4일에는 자국 모든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을 제거하도록 명령했다. 상장 장소를 중국·홍콩이 아닌 미국으로 택한 것에 괘씸죄를 적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국을 비판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른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전철을 밟게 된 셈이다. 세계 자본시장은 이번 일로 또다시 ‘공산당 리스크’에 처하게 됐다. 우리 투자자들도 걸핏하면 시장을 뒤흔드는 중국 공산당의 후진적 규제 행위를 더욱 조심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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