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가재울중학교 도서관에는 특별한 주제의 강의가 열렸다. 눈으로만 읽던 책을 소리 내어 읽는 ‘낭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 마포평생학습관이 지역 청소년의 인문학 사고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평소 읽기와 말하기에 관심이 많은 독서반과 방송반 학생 30여명이 참석해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강의에 집중했다.
강의는 낭독인문학 강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일호 인문낭독극연구소장이 맡아 진행했다. 박 소장이 “남들 앞에서 질문이나 발표, 토론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어색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자 학생들은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서양의 낭독 문화를 소개하며 “낭독을 자주 하면 토론이나 발표를 할 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낭독은 책 속의 문장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주는 좋은 방법”이라며 “내 안에 좋은 문장들이 쌓이면 표현 능력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낭독의 기본이 되는 책읽기의 중요성에 중점을 둬 강의를 이어갔다. 그는 “인문학 소양을 높이는데 밑바탕이 되는 것이 읽기, 말하기, 쓰기인데 이 중 읽기와 말하기를 함께하는 게 낭독”이라며 “책을 많이 읽으면 공감과 소통 능력이 생기고 목소리로 글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대로 된 독서 습관을 갖는 게 우선”이라며 책과 친해지는 몇 가지 팁을 알려줬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부담감을 줘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하게 만든다”며 “읽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멈춰도 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읽으라”고 당부했다. 이어 “좋은 영화의 원작이 책인 경우가 많다”며 “관심 있게 본 영화의 원작이 되는 책을 찾아 읽으며 영화와 책의 내용을 비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청소년 시기에 읽으면 좋을 책들도 몇 권 추천했다.
마포평생학습관이 마련한 박 소장의 ‘청소년 인문 낭독 아카데미’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원격 강의 등 비대면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강의를 마친 박 소장은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에서 50대 이상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낭독극커뮤니티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며 “낭독 무대를 경험한 장년층들이 지금까지 몰랐던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러분들도 낭독을 통해 자신들이 몰랐던 재능과 관심 분야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가재울중 학생들을 7일과 8일에 두 차례 더 만나 낭독극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가재울중 3학년 이윤우 군은 “독서의 중요성과 낭독의 의미를 알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강의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2학년 손채은 양은 “강의를 통해 좋은 책을 고르고 책과 친해지는 방법을 알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박철남 가재울중 국어 교사는 “학교 정규과정에서 듣기 어려운 주제를 전문가의 강의로 접하며 학생들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됐다”며 “학생들과 학교 근처 어린이집에 찾아가 낭독극을 펼치는 봉사활동으로 학생들의 경험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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