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암살 용의자들이 경찰에 속속 체포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용의자들을 직접 처단하겠다며 분노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의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이 이날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수풀 속에 숨어있다 주민들에게 발각됐다. AP는 목격자들을 인용해 주민들이 이들의 옷을 잡아당기거나 밀치고 때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이미 만신창이가 된 두 남성을 차량에 태우고 경찰서로 이송했다.
AP가 찍은 영상 속의 두 남성은 아이티 국민의 대다수인 아프리카계보다 피부색이 밝은 편이었으며, 비무장 상태였다. 주민들은 이후 경찰서 앞으로 몰려가 “그들이 대통령을 죽였다. 우리에게 넘겨라. 우리가 불태울 것”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 남성은 외국인이 아이티로 와서 대통령을 죽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경찰서밖에 인파 수백 명이 모여 “그들을 불태우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일부 시민은 총알 자국이 박힌 채 번호판 없이 버려진 차량을 용의자들의 것으로 간주하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시민들의 분노 표출이 사적 제재 수준으로까지 이르자 아이티 당국은 자제를 요청했다. 클로드 조제프 아이티 임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 집에 머물 것을 부탁드린다”며 “경찰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옹 샤를 경찰청장도 차량이 불에 타 증거 확보가 불가능해졌다며 “우리 경찰이 제 임무를 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앞서 지난 7일 새벽 1시 사저에서 괴한 총에 살해된 모이즈 대통령은 임기 중 부패와 경제위기, 치안 악화 등에 분노한 시위대의 거센 퇴진 요구에 시달려왔다. 야권 등으로부터 독재자라는 비판도 받았으나, 호불호를 떠나 현직 대통령이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용병들에게 무참히 살해된 데 대해 아이티 국민은 당혹감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포르토프랭스에 거주하는 시민 폴은 AFP통신에 “모이즈가 엄청나게 인기 많은 인물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대통령이었다. 보통 시민처럼 그렇게 살해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줄리아는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 경찰은 어디에 있었나. 왜 그들이 대처하지 않았느냐”고 AFP에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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