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한국을 방문 중인 미국 의회의 한국연구모임인 ‘코리아스터디그룹(CSGK)’ 소속 의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영 김 CSGK 공동의장은 중국에 구금 중인 두 탈북 가족이 무사히 남한으로 올 수 있게 도와 달라고 간청했고, 문 대통령은 “정부가 한국에서 탈북민 3만4,000여 명을 지원 중”이라며 다소 결이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CSGK 소속 의원들을 접견하고 환영 인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성과를 소개하면서 “지난달 상원 대표단에 이어 이번에 초당적 하원 대표단이 방한했는데 미 의회가 한미동맹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잘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미동맹이 가장 모범적인 동맹으로 발전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변함없는 관심과 지원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이 낳은 딸로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영 김 공동의장은 한국 말로 “친정에 다시 온 기분”이라고 화답했다. 김 의장은 공화당 소속 한국계 하원의원이다.
그는 특히 문 대통령이 5월 한미 정상회담 성명에서 북한 인권 상황의 진전을 강조했다며 “굉장히 반갑고 기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에 구금되어 있는 두 기독교인 탈북 가족이 있는데 그 가족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을 드린다”며 “이 가족의 상황을 도울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 측에 접촉해서 이 가족들이 남한으로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김 의장은 또 “북한은 폐쇄가 돼 있지만 북한이 다시 문을 연다면 이 가족들이 북송 될 것이고 그럴 경우 어떠한 불행한 일이 일어날지는 너무나도 자명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 주십사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김 의장은 더욱이 문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의 창업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이 문제를 거듭 강조했다. 김 의장은 “미국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당시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목숨을 구해줬던 분들을 포함한 30명의 전직 미국 의원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청원을 한 바 있다”며 “부디 이 두 탈북자 가족들이 남한으로 들어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 요청에 “한국에는 현재 약 3만4,000여 명의 탈북민이 있으며 정부는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도록 지원해오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 정부와 접촉해 달라는 요구에 한국 탈북민 현황을 소개한 것이다.
이날 다이아나 드겟 의원은 문 대통령에게 “팬데믹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백신 접종”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백신이 보급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해 보자”고 제안했다. 브렌던 보일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후퇴를 경험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복원을 위한 한미 간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중국 견제 협조를 암시한 발언이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글로벌 백신 허브 국가로 더 많은 공급을 하는 것”이라며 “미사일지침 종료는 한국의 아르테미스 협정 가입 등과 함께 한미 간 우주 협력의 기회를 확대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최근 미 상·하원에서 한국인 전문직 비자쿼터 확보 법안이 재발의된 만큼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며 “미 의원단이 10일 방문할 JSA(공동경비구역)와 DMZ(비무장지대)에 가보면, 한국 국민에게 평화가 얼마나 절실하고 중요한지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SGK는 한국에 대한 이해 제고와 양국 의회 소통 활성화 등을 위해 지난 2018년 2월 미국 전직의원협회(FMC)에 정식 등록된 지한파(知韓派) 의원 모임이다. 현재 미 상·하원 의원 50여명이 소속됐다.
이들은 한국의 정치, 외교·안보, 경제 등 주요 이슈를 연구하기 위해 매해 방한한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이번이 첫 방문이다. CSGK 대표단이 문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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