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최근 시민에게 공개한 전시관의 일부 내용이 인천상륙작전과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폄훼해 논란을 빚고 있다. 옛 인천시장 관사를 리모델링한 복합 역사 문화 공간 ‘인천시민애(愛)집’에 인천의 역사를 그림과 글 등으로 설명한 ‘역사 회랑’이 있다. 이 가운데 인천상륙작전 코너에는 ‘(상륙작전) 승리의 이면에는 월미도와 인천 시내의 무차별한 폭격으로 나약한 민간인들이 몰살당했다’는 설명이 있다. 또 파이프를 문 채 미소를 짓는 맥아더 장군과 남루한 차림의 피란민 풍경을 대비시킨 그림도 있다. 점령군처럼 묘사된 맥아더 장군 때문에 불쌍한 피란민이 생긴 것처럼 그려진 것이다.
1950년 9월의 인천상륙작전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에 밀려 낙동강 전선까지 내려갔던 국군과 연합군이 전세를 뒤집는 데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상륙작전의 성공으로 결국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인천시 관계자는 “세심하게 점검하지 못했다”면서 내용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충 무마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여권 인사들의 반미(反美)·반일(反日) 선동과 역사 왜곡 시리즈 연장선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는 취지의 선동을 한 데 이어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1일 “친일 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 체제를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1945년 맥아더의 포고문에 ‘조선의 해방 독립’을 위해 점령했다고 적혀 있는데도 미군을 ‘점령군’으로 매도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행태다. 대선을 앞두고 반미·반일 프레임을 내세워 보수 세력을 공격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역사 조작의 재발을 막으려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남춘 인천시장이 이번 파문에 대해 사죄하고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최고 지도자인 문재인 대통령도 역사 논쟁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집권 세력은 우리 체제의 정당성을 흔드는 모순된 언행을 즉각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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