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8일, 문화재청은 작년에 미국에서 돌아온 국새 ‘대군주보(大君主寶)’를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대군주보는 1882년에 제작돼 1897년까지 사용된 국새다. 1882년은 조선이 미국과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해이고, 1897년에는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조미수호통상조약은 조선이 서양 국가와 체결한 최초의 근대적 조약이다. 말하자면 대군주보는 종래에 중국과의 사대 관계에 따라 국왕을 ‘군주(君主)’로 칭하던 것을 ‘대군주(大君主)’로 바꾸고 이를 외교문서 등에 공식적으로 날인함으로써, 자주 독립국에 대한 의지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한 국새인 것이다. 대한제국 수립 이후에는 황제국에 걸맞은 국새를 새로 제작하면서 대군주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대군주보의 몸체 하단에는 ‘W B. Tom'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1952년 2월, 한 일간지에는 헌병대와 경찰국이 합동수사를 통해 서울 시내 고물상에 숨겨져 있던 옥새와 보검 등을 적발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같은 해 4월과 5월에도 서울 금은방에서 옥새를 발견해 압수했다거나 서울의 개인집 2곳에서 미군이 각각 옥새 1과씩을 발견했다는 기사들이 나온다.
아마도 대군주보 역시 해방이나 전란과 같은 혼란한 시국을 전후해 미국으로 반출됐고, 이 인장을 가지고 있던 ‘W B. Tom'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인장에 적어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W B. Tom'은 자신의 이름을 대군주보에 새겨 넣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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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은색 거북이 모양의 도장이 조선 왕조의 국새였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을까. 혹자는 대군주보를 보면서 분노하거나 슬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군주보가 우리 곁으로 돌아오면서 ‘W B. Tom'이라는 글씨는 우리 역사의 일부가 됐다. 후대에 대군주보는 우리 민족의 굴곡진 역사를 알려주는 유물이자, 그 역사를 회복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대변하는 상징물로 기억될 것이다. 이는 대군주보가 원래 자리였던 대한민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군주보와 함께 광복 직후 일본에서 환수한 대한제국의 국새 3과도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이미 지정된 국새 4과를 더하면 이제 보물로 지정된 국새는 총 8과가 된다. 그러나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이 제작됐던 국새와 어보 412과 중에서 73과는 여전히 우리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73과의 국새와 어보가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박지영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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