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숙박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특허권 전쟁에서 여기어때가 승리를 거뒀다. 가파르게 성장 중인 플랫폼 시장에서 특허권을 소극적으로 인정한 사례인 만큼 향후 비슷한 법적 분쟁에도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1부(서승렬 부장판사)는 야놀자가 “야놀자의 특허등록을 무효로 판단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달 17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야놀자는 지난 2015년 11월 ‘마이룸’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숙박업체가 보유한 객실을 야놀자가 위탁 판매한 뒤 고객에게 ‘반값’ 할인쿠폰을 제공해 재방문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숙박업소의 고질적인 고민거리인 공실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야놀자는 2017년 10월 해당 서비스를 특허로 등록했다.
여기어때도 뒤질세라 2016년 9월 제휴 숙소를 이용하면 숙박비의 50%를 쿠폰으로 돌려주는 ‘페이백’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에 야놀자는 여기어때의 페이백 서비스가 자사의 마이룸 서비스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2019년 6월 여기어때를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및 10억원대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여기어때도 즉각 “마이룸 서비스는 쉽게 발명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마이룸 서비스에 대한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양측은 첨예한 법적 공방을 이어갔지만 상황은 야놀자에게 점차 불리하게 흘러갔다. 여기어때가 청구한 마이룸의 특허 무효심판에서 지난해 2월 “마이룸 특허를 무효로 한다”는 특허심판원의 심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야놀자는 특허소송의 2심을 전담하는 특허법원에 불복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마이룸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를 결합해 쉽게 발명할 있는 기술”이라며 “기술적인 진보성이 부정되므로 해당 특허의 등록은 무효화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야놀자는 소송과정에서 특허 무효를 피하기 위해 특허 내용의 일부를 변경하는 정정청구까지 냈으나 특허심판원에 이어 특허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야놀자가 낸 특허침해 금지소송 및 가처분 소송에서도 법원은 여기어때의 손을 들어주면서 야놀자는 마이룸 특허와 관련한 모든 소송에서 패소하게 됐다.
특허청 출신의 오성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야놀자는 여기어때의 특허 무효심판 공격에 정정청구로 맞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특허무효 여부가 쟁점인 사건의 경우 특허침해금지 가처분은 기각될 확률이 높아 제기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데 야놀자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분위기가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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