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마련한 일부 거리 두기 4단계 세부 지침들이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체 운동을 할 때 음악의 속도(bpm)를 일정 범위 내로 유지해야 한다거나, 신체 접촉을 피할 수 없는 유아들이 이용하는 시설의 인원을 면적을 기준으로 지정하는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해당 자영업자들의 영업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방역 위험을 떨어뜨리는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탁상공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공개한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 4단계에 따르면 ‘그룹댄스운동·스피닝·에어로빅·핫요가·체조교실·줄넘기 등의 GX류 운동’을 할 때 음악 속도는 100~120bpm을 유지해야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110bpm인 방탄소년단(BTS)의 ‘버터’는 틀 수 있지만 싸이·빅뱅 등 GX류 운동에 즐겨 쓰이는 음악 중 bpm 130이 넘는 음악은 재생할 수 없다. 또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할 때도 속도를 시속 6㎞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당국은 “운동 중 숨이 가빠지고 이로 인해 비말이 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서는 비웃음을 사고 있다. 한 피트니스 관계자는 “어떻게 일일이 음악의 박자까지 검토하면서 수업을 진행하겠느냐”며 “그럼 단속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실외 스포츠에 적용되는 사적 모임 금지 조치도 ‘무용지물’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방역 당국은 골프와 같은 실외 스포츠를 사적 모임으로 규정하고 오후 6시 이후에는 2명 이내로 인원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다만 경기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캐디’ 등 경기 운영자는 이전 단계와 동일하게 사적 모임 인원 제한에 포함하지 않았다. 실외 스포츠의 경우 야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4~5인이 좁은 카트를 타고 4시간 가까이 함께 이동하는 골프 특성상 감염 위험에서 예외가 되지는 않는다. 골프장에서 확진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별도의 지침과 환불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키즈카페 등 영유아들이 사용하는 시설에 대해 이용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인 규칙을 적용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키즈카페의 경우 시설 면적 6㎡당 1명으로 인원을 제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용자 대부분이 미취학 아동이어서 인원 제한과 관계없이 밀폐된 공간에서 신체적 접촉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또 영유아는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기도 쉽지 않아 이 같은 지침이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국은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줄이면서 감염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협회와 논의해 만든 조치로 반드시 지키겠다는 약속을 받고 기준을 마련했다”며 “생계적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방역 위험을 낮추는 조정 문구를 넣고 실천이 안 되면 규제가 작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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