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싸움을 거는 상대를 밀쳐 넘어뜨려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50대가 항소심에서 범행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윤승은 김대현 하태한 부장판사)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송모(53)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 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40시간의 폭력치료 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송씨는 2018년 2월 14일 밤 경기 부천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 A(당시 49세) 씨와 시비 끝에 주점 앞 노상에서 A씨의 멱살을 잡고 밀쳐 바닥에 쓰러뜨렸다.
A씨는 6분가량 일어서지 못하다가 구급대원들의 부축을 받아 근처 응급실로 이동했으나 진료를 거부하고 병원을 나왔다. 그는 이튿날 새벽길에 쓰러진 채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지만, 같은 달 20일 끝내 뇌출혈로 숨졌다.
송씨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피해자가 송씨의 멱살을 잡아당기는 과정에서 자신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졌을 뿐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사건 현장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 영상과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해볼 때 A씨가 땅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것은 송씨의 폭행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송씨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발단은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에게 시비를 걸었고, 치료를 거부해 아무런 의학 조치를 받지 않았다”며 “사망에 피해자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이미 10개월 가까이 구금 생활을 했고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의 가족에게 1천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했다”며 실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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