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으로 군의 성범죄 대응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엔 연인이던 육군 장교에 의해 강간 등을 당했으며 사건을 수사한 군사경찰이 2차 가해 호소를 사실상 외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신을 민간인이자 피해 당사자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린 글을 통해 "육군 장교인 B중위에게 강간상해·리벤지 포르노(연인 간 보복성 음란물)·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인이던 두 사람은 이사를 위해 서울에서 대구로 가는 차 안에서 다퉜고, 이후 집에 도착해 B중위가 "(대화를) 거절하자 강제로 입을 맞추고 옷을 벗기려 하고 큰 소리를 지르며 때리려고 했다"며 사실상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 이를 민간 경찰에 신고했지만, B중위가 '내가 신고당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신고했느냐'라며 협박해 두려움에 경찰 신고를 취하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건 이후 4월 5일 더 심각한 피해를 당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또다시 다툼이 생겨 이별을 고하자 B중위가 집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고, 거부하는 자신을 강제로 집까지 끌고 올라갔다고 밝혔다. A씨는 "그 이후는 강간상해를 당했고 얼굴 및 신체부위를 맞는 등….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B중위가 달아나려는 자신의 목을 조르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영상을 다 뿌릴 거다'라며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해당 글에서 군인 신분인 B중위 사건이 민간 경찰에서 군사경찰로 이첩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당시 군사경찰 담당 수사관에게 B중위의 계속된 신고 취하 압박 등 2차 가해를 호소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군부대 내에서 피의자에 대한 어떠한 조치나 통제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A씨가 공개한 문자메시지를 보면 군사경찰 담당 수사관은 "수사관이 개인적인 부분에서 모든 것을 통제할 권리도 없고, 관여할 권리도 당연히 없다"고 보냈다. 이에 A씨는 "뭐라도 해달라. 부탁드린다. (가해자가) 계속 저희집 앞에서 대기하고 기다리고 있다"라고 답장했다. A씨는 "(군사경찰) 수사관에게 CCTV 증거가 유력하니 CCTV를 확보해달라고 하였으나 군사경찰은 권한이 없다는 답변을 했다"며 부실수사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가족에게 발견돼 서울에서 머물고 있다는 A씨는 글 말미에서 "공군 중사 사건 당사자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 것 같다"며 "왜 피해자가 숨어 지내야만 하는지…. 제발 똑바로 진실된 수사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도 군의 정확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전날 '육군 장교에게 강간을 당했습니다. 군부대는 2차 가해를 멈춰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으며, 이날 오후 2시 현재 1만6,0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가해자인 B중위는 대구 모 육군 부대 소속으로, 군사경찰에서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다가 현재 군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이후 구속돼 수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육군은 12일 해당 게시글에 대한 사실관계에 대해 "군사경찰에서 수사 후 '기소의견'으로 지난 6월 군검찰로 송치했으며, 현재 군검찰에서 피의자를 구속한 가운데 수사 중"이라고 확인했다. 육군은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이 제한됨을 양해바란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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