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13일 “우리 정치 현실에서 여야가 바뀐다고 사회나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제3지대 잔류를 시사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야권 주자로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정치는 모든 것을 양극단으로 재단하는 것 같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어 “정권 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 세력 또는 의사 결정 세력의 교체”라며 “정치판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김 전 부총리가 독자 세력 형성을 통해 대권 도전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19일 출간 예정인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 발간과 함께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은 수많은 금기에 둘러싸여 있다. 가장 근본적인 금기는 승자 독식 구조”라고 언급했다. 그는 ‘금기를 깨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책을 쓴 것은 절박함 때문”이라며 “우리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34년 공직 생활을 하면서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은혜와 덕에 보답하는 의미도 있고 사회 경장(更張·낡은 제도를 개혁해 새롭게 함)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모든 일을 하겠다고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부총리는 ‘기회 복지’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는 “(한국은) 기회가 주어져도 아주 불공평하게 주어진다. 기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들에게 몇 번의 돈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기회 복지다. 기회조차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기회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김 전 부총리는 야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 “두 분뿐 아니라 어떤 분들하고도 만나서 토론하고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자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여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는 “공무원과 전쟁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전날 이 지사가 ‘관료들을 틀어쥐어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대단히 동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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