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혈압을 특히 조심해야 할 위험군은 다름 아닌 고혈압 환자다. 혈압이 높아 문제인 환자가 왜 낮은 혈압을 걱정해야 할까. 이유는 고혈압 환자가 복용하는 약 때문이다. 혈압을 떨어 뜨리기 위해 복용하는 혈관 확장제나 이뇨제가 경우에 따라 저혈압을 유발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 고혈압 환자가 갖고 있는 질환은 저혈압이 발생할 경우 그 위험을 더욱 키우기도 한다. 혈관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동맥경화가 대표적이다. 혈관이 탄력을 잃으면 혈류의 압력이 약해져도 수축이 제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다. 혈압이 떨어진 상태에서 혈관마저 수축하지 않으면 혈압은 더 떨어지게 된다.
젊은층보다 고령층이 저혈압을 더 조심해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대한심장학회에 따르면 노인의 경우 혈관벽의 탄력이 떨어지고 혈압 조절을 담당하는 자율 신경의 기능도 떨어져 저혈압이 잘 발생할 수 있다. 또 나이가 들면서 체내 수분량이 줄어 들어 조금만 땀을 흘려도 탈수가 되기 쉽다. 탈수 진행 시 혈류의 양이 줄어 들어 혈압은 더 떨어지게 된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연령대별 저혈압 질환 진료 인원은 70대가 7,060명(19.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 5,946명(16.5%), 80대 이상 5,105명(14.2%), 50대 4,263명(11.8%) 순이었다. 성별 진료 인원을 살펴보면 여성의 경우 의외로 20대가 2,996명(15.3%)으로 가장 많은 것이 눈길을 끈다.
오성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저혈압 환자가 남성은 70대가, 여성은 20대가 많은 이유에 대해 “고령의 남성은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는 자율신경계 또는 심혈관계 질환의 유병율이 높고 혈압을 낮출 수 있는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젊은 여성의 경우 다이어트 등으로 인한 체중 감소, 월경과 관련된 철 결핍성 빈혈 등이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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