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한국 선수단이 머물고 있는 선수촌 앞에서 일본 극우 정당인 일본국민당 관계자들이 전범기인 욱일기를 들고 기습 시위를 펼쳤다. 이순신 장군의 메시지를 선수촌 건물에 내건 한국 선수단을 비난하는 목적이었다.
16일 예닐곱 명의 일본국민당 관계자들은 일본 도쿄 주오(中央)구 하루미(晴海) 지역 올림픽 선수촌 앞에서 욱일기와 확성기를 들고 "한국의 어리석은 반일 공작은 용납할 수 없다"며 "한국 선수단을 내보내야 한다"라며 도발했다. 시위는 한 시간가량 진행됐으며 현지 경찰들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시위에 참여한 일본국민당원 야마모토 가즈유키 씨는 연합뉴스에 "한국 선수단은 일본을 떠나길 바란다"며 “그것이 싫다면 현수막을 즉각 치워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일본 국민들이 직접 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들이 문제를 제기한 현수막은 대한체육회가 도쿄올림픽 선수촌 한국 선수단 거주동에 이순신 장군의 메시지를 인용해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응원 문구가 적혀있다.
이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선조에게 올린 장계(狀啓)에서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아직도 제게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라고 남긴 글을 응용한 것이다.
현지 매체 도쿄스포츠는 전날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이순신 장군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1537∼1598)에 맞선 '반일 영웅'으로 한국에서 신격화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일본인들은 한국 선수단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금지하는 정치 행위를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일본국민당은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저지른 스즈키 노부유키(56) 씨가 이끄는 혐한 정당이다. 스즈키 씨는 지난 2012년 6월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적은 말뚝을 묶어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극우 인물이다. 그는 2013년 2월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후 20차례 한국 법원의 소환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스즈키 씨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선수단이 이순신 장군의 메시지를 선수촌에 걸어놓았다는 일본 매체 기사를 소개한 뒤 "한국 선수단이 선수촌에 반일 현수막을 걸었다"며 "한국 선수단은 올림픽을 보이콧하고 빨리 돌아가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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