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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재구성]부모님 여권에 다른 여자 사진…동업자 도피 도운 30대 男 징역형

/이미지투데이




화장품 업체 직원으로 일하던 30대 남성 A씨는 지난 2015년 5월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대전의 한 구청 민원실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의 손에는 모친이 작성한 여권발급신청서와 또 다른 여성 B씨의 증명사진이 들려있었다. 차례가 돌아오자 A씨는 B씨 사진이 붙은 모친 명의 여권을 발급 받았다.

한 회사의 자산관리팀장으로 일하던 B씨는 회사에 배정된 주식을 헐값에 매도한 혐의(배임죄)로 체포 영장이 내려진 상태였다. A씨와는 중국에서 함께 사업을 하기로 한 동업자 관계로,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자 도피를 도와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A씨는 4월부터 5월까지 렌트카를 빌려 B씨 대신 대신 운전해주고, 자신의 거주지 근처 호텔을 예약해 도피생활을 도왔다. 특수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B씨가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A씨는 B씨와 함께 2015년 5월 중국으로 출국하는 데 성공했다. 3달 간 중국에 머물다 국내로 입국한 뒤 11월 같은 방식으로 B씨와 다시 홍콩으로 출국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피 생활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A씨는 한국으로 귀국해 수사 기관에 자백하고 재판에 넘겨졌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 5단독(김준혁 판사)는 최근 범인도피, 여권불실기재, 여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에서 A씨는 “여권불실기재죄는 성명, 국적, 생년월일 등 문자나 숫자로 이뤄진 정보에 해당한다”며 B씨의 사진을 부착한 행위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부실 사실'이라 함은 권리의무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항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여권불실기재죄 대상을 단지 문자나 숫자로 한정할 이유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여권 발급과 출입국심사 업무에 중대한 방해 행위로 죄질이 매우 나쁘고, 오랜 기간 외국에 체류하며 수사에 응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엄벌이 필요하다”며 “다만 전과가 없고, 늦게나마 귀국해 수사를 받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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