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로 출범 6개월을 맞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삐걱거리고 있다. 공수처는 그동안 모두 11건의 수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아무런 결과물도 내놓지 못했다. 4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부당 특별 채용 의혹에 이어 검사 비위 의혹 등 9건을 줄줄이 입건하고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는 올 1월 출범 이후 줄곧 공정성 시비와 수사 역량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이나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 관련자들이 검찰 아닌 공수처로 수사 이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단적인 사례다. 비리 의혹 대상자들이 규명 의지와 수사력이 부족한 공수처로 넘어가면 혐의를 쉽게 회피할 수 있다며 ‘도피처’로 삼는다는 것이다. 3호 사건 피의자인 이규원 검사가 청와대의 김학의 전 법무 차관 기획 사정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겠다”고 자청한 것도 마찬가지다. 공수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공관 리모델링 예산 전용’ 의혹 사건 수사 기록 목록 등을 넘겨받아 3개월 동안 뭉개다가 ‘수사 불개시’ 결정을 내리고 다시 경찰에 떠넘겼다. 반면 공수처는 범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모해 위증 교사 수사를 방해했다는 고발장이 들어왔다며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러니 정권 비리 수사에는 몸을 사리고 정권 비판 세력 수사에는 적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 출범 직후 피의자인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관용차 사용 편의 등을 제공해 ‘황제 조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통령 측근이나 판검사·경찰·정치인 등 고위 공직자 비리 척결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정치적으로 눈치를 보는 행태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말았다. 공수처가 지난 6개월의 행적처럼 독립성과 정치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조기 폐지’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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