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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현애늑마





2019년 11월 미국 상원에 이어 하원이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중국 외교부는 법안 통과 이후 6시간 만에 미국의 내정 간섭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반박 성명을 내놓았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홍콩의) 범죄 행위를 민주주의로 규정했다”며 “제 불에 타 죽지 않으려면 내정 간섭을 즉시 중단하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중국의 고사성어를 인용해 “낭떠러지에 이르러 말고삐를 잡아채기(懸崖勒馬·현애늑마) 바란다”고 경고했다.

현애늑마는 위험에 직면해서야 뒤늦게 정신을 차린다는 의미다. 이는 청나라 건륭제 때 학자 기윤의 설화집 ‘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래에는 중국 지도부나 관영 매체가 다른 나라에 대해 외교적 보복 카드로 위협할 때 자주 쓰이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값비싼 대가를 치른 후 뒤늦게 후회하지 말라’며 겁박하는 의미로 쓰인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벌어지면서 현애늑마는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부추기는 데 쓰이고 있다. 관영 언론들은 현애늑마를 내세워 미국산 불매 운동에 동참하라고 선동한다. 지난해 5월에는 대만 문제를 거론한 일본을 겨냥해 “잘 처신하라”고 경고하면서 사용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17년 왕이 외교부장은 우리의 방어용 무기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트집 잡으며 “한국 당국에 현애늑마를 촉구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특파원공서가 또다시 이 말을 꺼냈다. 특파원공서 대변인은 홍콩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관리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관련해 “미국이 낭떠러지에서 말고삐를 잡아채 멈춰서야 한다”고 반격했다. 그는 “외부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면 강철 만리장성에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발언까지 덧붙였다. 글로벌 규범을 지키기는커녕 주변 국가들을 강압적으로 억누르려는 중국의 팽창주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중국의 무도한 ‘늑대 외교’식 힘 자랑에 맞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가치 동맹으로 뭉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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