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델타변이에 대한 우려가 분출하면서 증시와 국채수익률, 유가가 모두 급락했습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 넘게 하락했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연 1.177%까지 떨어졌는데요. 유가 역시 델타변이 확산에 따른 수요감소와 OPEC+의 증산 전망에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7.5%나 폭락했습니다.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인데요. 월가의 분위기를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①일평균 신규환자 3만명 ②도쿄올림픽 선수도 감염 ③마스크 착용권고도 확대
19일 델타변이 우려가 분출한 배경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왜 주말을 지나면서 갑자기 터졌냐는 건데요.
물론 이전부터 델타변이에 대한 우려는 계속돼 왔습니다. 하지만 미 당국은 코로나19의 완전퇴치가 아닌 관리가 목표이기에 이를 일정 부분 무시해왔습니다. 독립기념일(7월4일)까지 1차 백신접종률 70%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68%로 높은 수준입니다. 월가에서도 매우 심각한 위협으로는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델타변이에 대한 걱정이 밑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주말을 지나 본격화한 것입니다. 일단 지난 금요일인 16일 캘리포니아주가 실내 마스크 착용의무화를 했습니다. 권고가 아닌 의무화기 때문에 적지 않은 상징성이 있었지요. 이 조치는 이날 증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습니다.
여기에 미국 소아과학회가 19일 백신접종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과 교직원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습니다. 권고는 의무와 분명 다릅니다만 방역당국은 백신을 맞았다면 학교에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했었죠. 시장 분위기가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코로나19 환자도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8일 기준 미국의 최근 7일 동안의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3만1,745명입니다. 지난 5일에는 1만1,752명이었는데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보름 여 만에 다시 3배가 됐습니다. 이같은 확산세가 확인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지난 주말 전해진 도쿄올림픽과 관련한 코로나19 감염소식도 불안감을 더 키웠습니다. 지난 주말 미국 테니스 선수인 코리 고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도쿄올림픽에 불참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6명의 영국 육상종목 선수와 2명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선수가 감염됐다”며 “도쿄올림픽 선수들의 양성반응 소식은 대회 개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했습니다.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이게 심상치 않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셈이죠. 미 경제 방송 CNBC의 간판 앵커 짐 크레이머는 “도쿄 올림픽 소식이 영향을 준 한 요소”라고 밝혔습니다.
성장속도 확실히 느려져 증시 10% 조정 가능성…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우려도
이날 자산시장에 영향을 준 것은 델타변이 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경기가 피크를 지났고 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분석도 중요한데요. 실제 월가에서는 정점을 지났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입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확실히 피크는 지난 것 같다”고 했는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시장에는 두 가지 우려가 있다. 하나는 기술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장에 관한 것”이라며 “이게 모든 자산시장에 영향을 준 이유”라고 짚었습니다. 국채시장에 대해서는 “가장 큰 걱정은 성장 속도가 내려온다는 것인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계속해서 채권을 사들이고 있고 연기금도 매입을 지속하고 있다”며 “주식은 너무 올랐기 때문인데 이 모든 것이 섞여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미국주식 전략가인 데이빗 코스틴도 이날 “미국은 계속해서 성장은 하지만 그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증시 조정 가능성도 대두됩니다. 시장에서는 5~10% 수준의 조정 얘기가 나오는데요. 마이클 요시카미 데스티네이션 웰스 매니지먼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델타면이는 시장에 큰 위협이며 여기에 잠재적인 소득세 인상 가능성을 포함해 여러가지 역풍 요소가 뒤섞여 있다”며 “증시는 그동안 행복감에 젖어있었다. 10%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확률은 낮지만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얘기도 월가에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엘 에리언 선임고문은 “현실화하지 않았고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가장 큰 걱정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계속하면 고인플레가 계속될 것인 만큼 인프라 투자를 통한 재정정책은 늘리고 통화정책은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재정정책의 경우 타깃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효과가 더 높죠.
시겔 “일시 조정에도 황소장 유지”…온건한 성장으로 분석도
이날 급락한 국채수익률과 유가, 증시는 사실 서로 연관돼 있고 하락 배경도 비슷합니다.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죠. 배런스는 “이날 증시는 다음 어닝시즌에 대한 불안과 델타변이에 따른 환자 증가, 글로벌 믿음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몇 달 만에 최악의 날을 보냈다”며 “이같은 복합적인 우려에 증시가 급락했고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도피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모두가 비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이날 CNBC에 “코로나19 우려가 황소장을 탈선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몇 퍼센트 더 떨어질 수 있지만 나는 황소장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도 S&P500이 10% 하락할 수 있다고 보지만 아직 흐름이 바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겔 교수는 “감염자 증가는 미국에서 보는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넘기려면 한두 달이 걸릴 수 있지만 증시가 낙관적인 상황으로 돌아오는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성장속도가 감소하지만 그렇다고 성장이 멈추는 게 아니라는 얘기도 많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엘렌 젠트너는 최근 “우리는 성장의 정점을 지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더 불길한 상황으로 가거나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년에도 경제가 일자리 증가와 남아있는 저축, 지속적인 재정지원에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아직은 너무 나간 얘기라는 말이 많습니다.
어떤 전망이 맞는지는 코로나19 확산세와 백신이 가를텐데요. 현재 신규 환자 증가세는 뚜렷하지만 최소 가을까지는 의미있는 수준의 방역강화조치는 없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 몇 달 내 미국의 코로나19 상황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히 드러날 겁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미국 경제와 월가의 뉴스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