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규제를 백지화한 후 서울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 은마와 성산 시영, 상계 주공아파트 등의 전세 매물이 20일 기준으로 일주일 전보다 최대 두 배나 늘었다. 매물이 증가하자 전셋값도 내려가 전용면적 50~76㎡의 호가가 5,0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낮아졌다. 수요 억제 중심의 일방적 규제 정책의 부작용을 깨닫고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가자 수요·공급곡선이 제대로 그려지는 셈이다.
반시장 정책 철회의 뚜렷한 효과를 뻔히 보면서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1일 지난 1년 동안 주택 시장을 교란한 임대차 3법에 대해 “임차인 다수가 제도 시행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시장에서는 신규 계약 물건 가격 급등과 매물 부족으로 ‘전세 대란’이 일어나는데 경제 사령탑은 서울 100대 아파트의 임대차 갱신율이 77.8%로 올라갔다며 보기 좋은 지표만 골라 아전인수식 해석을 한 것이다. 임대차법 이전 1년 동안 2.4%였던 전셋값 상승률이 시행 이후 16.7%나 뛰었는데도 여권의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서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경기도 등으로 밀려난 ‘전세 난민’들의 속만 타들어 갈 뿐이다.
전셋값과 집값 폭등은 매주 기록을 경신하고 2030세대는 ‘빌라 패닉바잉’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4,359건으로 아파트(2,835건)보다 1.5배 이상 많았다. 그런데도 홍 부총리가 “서울·수도권 주택 매매 시장에서 2주 연속 초과 수요가 완화되는 흐름”이라고 말한 것은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행태다. 정부와 여당은 재건축 규제 철회로 인한 선순환 효과를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오기의 반시장 정책 기조를 고집한다면 25번이 아니라 100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도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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