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49)에게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2009년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아시아 최초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당시 커다란 캐디백을 번쩍 들어 올리며 포효하던 양용은의 모습은 여전히 팬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이에 앞서 그는 2006년 유럽 투어 HSBC 챔피언스에서도 우즈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타이거 킬러’로 불린다.
천하의 타이거를 두 번이나 고개 숙이게 했던 양용은도 이제 6개월 후면 만 50세가 된다. 최경주(51)에 이어 한국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PGA 챔피언스 투어에 데뷔하는 것이다.
‘골프 인생 2막’을 앞둔 양용은은 올 하반기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를 뛰면서 챔피언스 투어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22일 일본으로 떠난 그를 출국에 앞서 전화로 만났다. 양용은은 “내년 시니어 무대 준비를 겸해 오는 11월 말까지 13~14개 대회를 치른 뒤 12월에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라고 했다. 생일이 1월 15일이어서 내년 챔피언스 투어 시즌 초반부터 활동할 수 있다.
PGA 챔피언스 투어에는 지난해부터 최경주가 뛰고 있다. 양용은과 최경주는 PGA 투어 무대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최경주가 한국 선수 최초로 PGA 투어에 진출해 첫 우승을 했고 양용은은 미국 진출과 우승은 최경주에 뒤졌지만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초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챔피언스 투어 한국인 첫 우승자 타이틀에 대한 경쟁심도 있을까. 양용은은 “내년에는 어쨌든 내가 제일 젊은 선수가 된다. 그러니 우승 욕심도 난다. 하지만 나와 최경주 선배 둘 중 누가 먼저 우승을 할 것인지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누구라도 먼저 하면 축하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1년 안에 우승할 자신이 있다. 내년에는 시니어 무대에 올인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양용은 하면 우드와 아이언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클럽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PGA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8번 홀 두 번째 샷 때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친 볼은 커다란 나무와 벙커를 넘어 홀 약 2.5m 옆에 안착했고 그 버디로 우승을 확정했다.
이후 아마추어와 프로 골퍼 사이에 하이브리드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한때 2번 아이언까지 사용했던 양용은의 골프백에서 이제 가장 긴 아이언은 6번이다. 양용은은 롱아이언이 빠진 자리를 하이브리드로 대체했다. 하이브리드 샷 비법은 뭘까. “하이브리드는 아이언보다 길어서 충분한 거리를 보낼 수 있어요. 우드보다는 짧아 확실히 다루기 편해요. 특별한 요령보다는 너무 가파른 각도로 내리치는 것만 피하면 돼요. 자주 사용하면서 자신감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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