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배웠어야 하는 교훈은 당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지 않으면 어떤 선거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최근 이 대표의 발언과 태도를 두고 “겸손하라”며 비판하자 이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서울시장 선거에서 모두가 배웠어야 하는 교훈은 당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지 않으면 어떤 선거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4·7재보궐선거 당시 당내 중진들을 중심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밀었던 일을 재차 비판한 것이다. 이어 “당내 의원 다수는 부화뇌동했지만, 중심을 잡고 낚이지 않았던 당원들과 국민들이 주역이었던 승리였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외 주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야 한다느니 꽃가마를 태워야 된다느니 하는 주장에 선명하게 반대하고 공정한 경선만을 이야기 하면서 전당대회에서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이 입당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윤 전 총장에 대한 태도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전날 “(윤 전 총장이) 과거 안 대표가 정치에 대해서 미숙했을 때 했던 판단과 아주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정 의원은 SNS에 ‘정치는 예능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윤 전 총장에 대한 당의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촉구했다. 정 의원은 ‘제1야당 당수가 토론 배틀 등의 이벤트 쇼에만 매몰되면 정권 연장 위한 방석만 깔아주게 된다’는 한 언론사 칼럼 문장을 인용해 이 대표를 꼬집었다. 그는 “국민의힘은 스스로 위기상황임을 엄중히 인식해야 하고 겸손해야 한다”며 “당내 주자에 대해서만 지지운동 할 수 있다는 등 쓸데없는 압박을 윤 전 총장에게 행사해선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은 전날에도 나온 바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야권후보를 보호해야할 제1야당 대표가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위험하다’는 자극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지지율 하락을 유도하는 듯한 발언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며 “이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자니, 여당측 평론가 발언으로 착각할 지경”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 대표는 더 이상 야권 주자의 가치를 떨어뜨려 자신의 가치만 높이려는 자기정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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