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3일 2차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고소득자 12%를 뺀 하위 소득 88%가량의 국민들에게 1인당 25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또 정부 제출 추경안에 명시된 2조 원의 국채 상환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추경 규모를 기존의 약 33조 원에서 1조 9,000억 원 늘어난 34조 9,000억 원가량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했던 ‘전 국민 지급’은 정부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당초의 당정 합의안 ‘소득 하위 80%’보다는 지급 대상이 넓어진 것이다.
여야는 그동안 코로나19 관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오락가락하더니 고작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타협안을 내놓았다. 마구잡이 재정지출로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 현실을 무시한 처사다. 심지어 여당은 당정 합의까지 뒤엎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꺼내들면서 국채 상환 자금을 지원금으로 돌리자는 주장까지 폈었다. 야당은 ‘선별 지원’이라는 당론을 무시하고 여야 대표 회담에서 덜컥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합의하는 돌출 행동을 하더니 결국 명분도 없는 추경액 순증에 동조하고 말았다.
이번 합의로 소상공인들은 최대 2,000만 원의 희망회복자금과 함께 손실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등을 둘러싼 혼선은 정책에 대한 깊은 불신을 심어줬다. 오직 선거 표심만 바라보는 여권의 편 가르기는 재난과 생활고로 지친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 4차 대유행 속에서 수많은 자영업자들과 저소득자들이 셧다운과 일자리 상실로 공포에 떨고 있다. 집중 지원을 받아야 할 대상이 이처럼 분명한데도 지원 대상을 되레 늘리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포퓰리즘이다. 고소득층 12%가량을 타깃으로 삼는 전형적인 갈라치기 전술이다. 게다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14조 2,000억 원)으로 증가한 신용·체크카드 매출액 증가액은 약 4조 원으로 지원금 효과가 크지 않았음이 입증됐다. 코로나 위기에 피해를 입고 소득이 줄어든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에 집중해 재난지원금을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맞는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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