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심 재판 과정을 통해 재구성된 내용으로,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동네에서 소문났어, 젊은애들하고 술마시고 놀러 다닌다고’
‘둘이 잘 만났네’
러닝 동호회를 꾸준히 하던 A(54)씨는 같은 동호회 회원인 B씨에 대한 허위사실을 지인들에게 유포했다. B씨가 동호회 내 유부녀 회원과 불륜 관계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모두 같은 동호회 회원이었다.
발단은 A씨와 C씨의 카카오톡에서다. C씨는 B씨의 전 여자친구였다. A씨와 C씨가 동호회 근황을 주고 받던 중 C의 전 애인인 B씨 말이 나왔다. 이때 A씨는 B씨가 ‘유부녀와 불륜 관계'라고 험담했다. A씨는 ‘B씨가 동호회 또 다른 회원인 유부녀와 성관계를 맺기도 하고 현재 불륜 관계’라고 전 여자친구인 C씨에게 말했다. 심지어 불륜 관계라고 거론된 회원은 A씨와 과거 내연 관계였던 같은 동호회 회원이었다.
A씨는 또 다른 회원에게도 B씨가 유부녀 회원과 교제했던 것처럼 말했다. A씨는 ‘B와 다른 회원들이 내가 불륜남이라고 험담을 하고 다닌다'며 ‘오히려 B가 불륜 관계다'고 반박했다. B씨의 전 여자친구와 나눈 대화 내용도 언급하며 B씨가 마치 실제로 유부녀 회원과 교제 중인 사이인 것처럼 말했다.
A씨가 퍼트린 말이 동호회 내에서 돌자, B씨에게도 ‘불륜 관계’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B씨는 소문의 근원지인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3월 A씨는 법정에 서게 됐다.
법정에서 A씨는 B씨에 대해 이야기한 게 “의견의 표명”과 “가치판단”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고, 공연성도 없다”며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B씨에 대한 이야기가 본인의 가치판단에 불과하며, 설령 구체적인 사실을 표현한 것이라도 동호회 회원들 1대1로 연락하는 상황에서 전달했기에 ‘공연성’ 또한 없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록 1:1 대화 상황에서 한 사람에 대한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판단에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장영채 판사는 최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장 판사는 “피고인의 위 발언은 단순한 의견의 표명이라기보다는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정도의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이고, 그 적시된 사실은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지 않는 허위다"며 “해당 내용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저하되어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범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전파가능성이 있어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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