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1만 명을 넘어서는 등 미국과 유럽이 4차 대유행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 이 때문에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 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확산세가 가파른 동남아에서는 재봉쇄 조치가 나왔다.
24일(현지 시간) 미 존스홉킨스대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23일 기준 11만 8,791명을 기록했다. 6월 말만 해도 하루 1만 명대에 그쳤는데 갑자기 폭증세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의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긴 것은 올 2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특히 플로리다주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의 전체 확진자 5명 중 1명이 이곳에서 발생했다. WSJ는 “백신 접종률이 낮고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 등 방역 조치를 조기에 해제한 주를 중심으로 확산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마스크 착용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백신 접종자도 공공 실내 장소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느냐가 주된 쟁점이다. 앞서 5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접종을 끝낸 사람의 경우 대중교통·병원·학교 등을 제외한 대부분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지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제롬 애덤스 전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CDC의 결정은 미국인들을 믿고 내린 결정인데 불행히도 사람들이 백신을 맞았든 맞지 않았든 마스크를 벗었다”면서 “델타 변이가 상황을 바꾼 만큼 미국인들이 전염 확산을 억제하는 데 동참하도록 메시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 CDC의 마스크 지침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을 놓고 지방정부별로 방침이 달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가 미국에서 가장 먼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부활시킨 데 이어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도 26일부터 공공장소에서는 백신 접종자를 포함해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반면 공화당 주지사 소속의 주 정부들은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조치 강화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미 정부 내에서는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을 둘러싼 기류가 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까지 부스터샷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조 바이든 행정부의 보건 담당 관료들의 입장이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고위 관리는 65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 취약자가 부스터샷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 정부는 화이자 백신 2억 회분을 추가로 구매해 확보 물량을 5억 회분으로 늘렸다. 다만 부스터샷의 필요성을 강조할 경우 자칫 백신 효능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에서도 올봄 이후 최대 규모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프랑스는 24일 신규 확진자가 2만 5,624명으로 5월 5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에서도 5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5,000명을 넘어섰다. 프랑스·그리스·이탈리아는 공공장소에서 백신 접종 여부를 증명하도록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아시아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베트남에서는 호찌민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24일 사상 최대 규모인 7,968명의 하루 확진자가 나왔다. 이에 따라 베트남 보건 당국은 호찌민 봉쇄를 오는 8월 1일까지로 연장하고 하노이에서도 24일부터 재택 명령, 3인 이상 모임 금지, 대중교통 중단 등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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