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수사부가 연이어 고발인 조사에 나서는 등 본격 기업 수사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취임 이후 첫 대규모 인사가 마무리되자 검찰이 공조부를 선봉으로 대기업 의혹을 겨냥한 ‘수사 엔진’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고진원 부장검사)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 지식산업감사과 직원 등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공정위가 앞서 3월 경쟁사 약품 판매를 방해하기 위해 특허권 침해 소송을 남용했다며 대웅제약을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대웅제약은 경쟁사의 제네릭(복제약)이 자사 제품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판매를 방해할 목적으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혐의를 받는다. 대웅제약은 또 지난 4월 특허청이 의뢰하면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강범구 부장검사)에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실험 데이터를 조작해 지난 2016년 1월 위장질환 치료용 의약 조성물 특허(알비스D)를 받는 등 특허법 위반 혐의다.
공조부는 또 롯데칠성음료의 ‘와인판매 자회사 부당 지원’ 사건과 관련해 이번 주 중 공정위 기업집단국 부당지원 감시과 직원 등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공정위가 롯데칠성음료를 검찰에 고발한 지 3개월 만이다. 공정위는 롯데칠성음료가 자회사인 MJA와인 측에 와인을 저가에 공급하고, 판촉사원 용역비용을 대신 내주는 등 부당 지원을 했다며 지난 4월 검찰에 고발했다. 이외에도 공조부는 공정위가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삼성웰스토리 부당 지원’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지난 1일 배당 받아 자료 검토 등 수사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자회사 김치·와인 강매 의혹’을 받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도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조부는 앞서 대검에 ‘이 전 회장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조부는 검찰 인지 수사가 6대 부문으로 축소돼 이른바 ‘잠정 휴업’에 빠진 가운데서도 연이어 굵직한 대기업 수사에 나서면서 재계 ‘경계 대상 1순위’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 3월 정몽진 KCC 회장을 약식 기소한 데 이어 5월에는 재계 거물인 박삼구 전 아시아나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불공정거래 범죄를 엄단해야 한다’는 현 정부 기조와 맞아 떨어지면서 대기업을 겨냥한 공조부 수사가 한층 활성화되고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지난 23일 단행된 평검사 인사가 소폭 변동에 그치면서 수사의 연속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앞으로 공조부 수사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한 공정거래 분야 전문변호사는 “현재 공조부는 과거에도 공정거래 사건을 많이 맡았던 고진원 부장검사가 부임하면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나머지 팀원 역시 법리에 밝은 검사들이 포진해 있어 다수의 사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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